양육비를 줬는데, 또 주라고..?

안기한 기자 | 기사입력 2012/11/12 [09:18]

양육비를 줬는데, 또 주라고..?

안기한 기자 | 입력 : 2012/11/12 [09:18]
굳이 가족법 전문 변호사가 아니더라도 ‘자녀 양육비만큼은 주어야 한다’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을 잡고 물어보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혼을 할 때 이미 지급한 양육비와는 별도로 추가로 과거의 양육비를 또 지급해야 할까? 최근 서울가정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또 지급하라는 것이다. 별거 중 양육비를 부담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를 같게 취급하여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별거하는 15년 동안 남편이 자녀를 양육하던 처에게 양육비를 지급했더라도 다시 과거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 엄경천 변호사     ©시사우리신문편집국
부부는 약 20년의 혼인기간 중 5년 동안 동거하다가 파탄에 이르렀고, 남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처가 이혼을 거부하여 이혼청구가 기각되었다. 몇 차례 이혼소송을 제기한 끝에 남편은 별거 15년 만에 이혼판결이 확정되어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혼판결이 확정되자 이혼을 거부하던 전 처는 전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와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별거 중에도 남편은 처에게 협의한 양육비를 지급해 왔다는 것이다. 자녀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에는 양육비를 거의 전적으로 남편이 부담한다고 할 정도로 남편은 양육비를 성실하게 부담해 왔다.

과거의 양육비와 관련하여 대법원(대법원 1994.5.13. 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은 “한 쪽의 양육자가 양육비를 청구하기 이전의 과거의 양육비 모두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게 되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하였던 양육비를 일시에 부담하게 되어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도 있으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동일한 기준에서 정할 필요는 없고, 부모 중 한 쪽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위와 그에 소요된 비용의 액수, 그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한 것인지 여부와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와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이나 경제적 능력과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분담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과거의 양육비가 문제되는 것은 대부분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경우나 출생 후 뒤늦게 인지가 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혼전문변호사인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별거 중 부부가 협의한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에도 이혼할 때 추가로 과거의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하는 것은 양육비를 전혀 지급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하여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양육비를 지급하더라도 또 양육비를 지급해야 한다면, 별거할 때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자녀의 양육을 위하여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육비를 주었는데, 또 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별거할 때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은 사람을 양육비를 부담한 사람보다 우대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위 판결과는 무관하게 ‘별거할 때 양육비를 주어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은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판결에 무조건 행동양식을 맞출 것이 아니라, 부당한 판결은 항소와 상고를 통하여 바로잡아야 한다. 가족법이 진정한 행위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출처:출처: 법무법인 가족 엄경천 변호사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네트워크배너
서울 인천 대구 울산 강원 경남 전남 충북 경기 부산 광주 대전 경북 전북 제주 충남 세종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