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매각·위기설 왜 불거졌나?

초고속 성장 유통공룡, ‘홈에버’ 인수 후 난관 봉착

송경 기자 | 기사입력 2009/10/18 [20:36]

'홈플러스' 매각·위기설 왜 불거졌나?

초고속 성장 유통공룡, ‘홈에버’ 인수 후 난관 봉착

송경 기자 | 입력 : 2009/10/18 [20:36]
▲ 홈플러스     © 시사우리신문편집국
위기설 끊이지 않자 “자금악화설 사실 아니다”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적극 해명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국내 유통사에 있어 수많은 성공사례를 남기며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 온 테스코 홈플러스는 그러나 지난해 9월 홈플러스테스코(옛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덫에 걸리고 말았다. 당시 이랜드그룹으로부터 전국 35개 매장을 가진 홈에버(엣 까르푸)를 인수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제불황과 이에 따른 매출감소로 막대한 재무부담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난관을 맞고 있는 것. 여기에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세’를 과시해 가던 차세대 성장동력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사업마저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과 정부 및 정치권의 압력에 중단되는 등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어 체감하는 위기설의 실체는 더욱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년 전 유통업계 12위에 불과하던 홈플러스를 업계 선두권으로 도약시킨 장본인 이승한 회장의 고민은 그래서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백화점 사업에 진출해 제2의 도약을 노리던 홈플러스는 지금 존망을 걱정해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설, 위기설을 실체를 짚어봤다.
 
신성장동력 SSM사업마저 소상공인 반발·정치권 압력 부닥쳐 위기증폭
제조업체에 ‘판매장려금’ 2개월치 선지급 요청…일부 매장 매각설 불거져


최근 증권가와 유통업계를 강타한 핫이슈는 단연 홈플러스 매각설이다. 지난달 23일께. 홈플러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증시에 퍼진 홈플러스의 일부 매장 매각설 확인에 모든 안테나를 가동했다. 당시 상황은 해프닝으로 종료됐지만 어딘지 모를 여운이 남았다는 전언.

매각이라는 민감한 소문이 증시에 나돌 정도면 그만큼 홈플러스의 자금사정이 생각만큼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관련업계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었다.
 
홈플러스 매각설 증권·유통가 강타

홈플러스가 자금난에 봉착했다는 설은 지난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부 제조업체들에 ‘판매장려금’ 2개월치를 미리 지급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매각설에 불을 지폈던 것. 판매장려금이란 유통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제조업체들이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진열비용이나 홍보비용 등 판매촉진과 관련한 비용을 유통업체에 사후 지불하는 돈이다. 이 돈을 2개월치나 미리 당겨달라고 했으니 자금난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것. 더구나 홈플러스는 제조업체에 납품대금도 예정된 날짜보다 길게는 한 달씩 늦춰 지급한 상태였기에 홈플러스 자금난은 더욱 증폭됐다.

홈플러스의 자금난은 신규매장 오픈 계획이 차질을 빚으면서 더욱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올해 7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현재까지 실제 문을 연 매장은 1곳에 불과하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예정대로 출점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예사롭지 않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이에 대해, “올해는 새로 인수한 구 홈에버 매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고 말해 사실상 출점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홈에버 인수 후 ‘승승장구하나 했는데’

비극의 시작이 언제부터 태동됐는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업계 2위인 테스코 홈플러스는 이랜드그룹 계열의 홈에버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이랜드그룹은 전국 35개 홈에버 매장을 모두 홈플러스에 2조30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홈에버의 부채를 포함해 지분 100%를 인수했다.

홈플러스가 홈에버 인수라는 ‘초강수’를 두자 유통가의 관심은 일거에 홈플러스에 집중됐다. 인수 여부에 따라 대형마트 경쟁구도가 신세계 이마트와 테스코 홈플러스 양강체제로 고착화 될 수 있는 매머드급 사안이었기 때문. 결과적으로 롯데마트는 선두권 업체들과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당시 기준으로 홈플러스는 66개 점포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35개 점포가 추가됨에 따라 단번에 101개의 점포를 보유하게 돼 112개 점포를 보유했던 신세계 이마트에 필적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덩치를 키울 수 있었다. 매출 면에서도 홈플러스는 기존 매출 6조2000억원에 홈에버 매출 2조2000억원을 합해 8조5000억원으로 신세계 이마트의 10조5000억원에 2조원 차이로 근접하게 됐다.

하지만 당시부터 부정적 진단이 제기됐었다. 중복매장 정리 및 고용승계 등 노사관계에서 적지 않은 부담이 존재한다는 것. 증권가에 따르면 동일상권 내에 홈에버와 홈플러스 매장이 겹치는 곳이 많기 때문에 인수 후 홈플러스가 홈에버 매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진단이 제기됐었다.
 
홈플러스 부진·매각설 증폭되자 유통업계 전설 ‘이승한 리더십’마저 도마 위에
“단시간에 유통업계 1위 오르겠다는 이승한식 공격경영이 禍 좌초했다” 분석도

업계, “홈에버 인수가 독배 된 듯”

업계에서는 최근의 홈플러스 위기가 홈에버 인수로부터 시작됐다는데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인수 당시 35개였던 홈에버는 인수 후 경북 칠곡과 상주점을 폐점해 현재 33개 점이 운영 중에 있다. 홈플러스는 여기에만 6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문제는 홈플러스가 홈에버를 인수하기 이전부터 이미 2조여원의 빚을 안고 있는 등 자금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는 지적이다.

2조원의 차입금에 허덕이던 홈플러스는 또 다시 외부자금을 수혈받아 홈에버를 인수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2월 현재 홈플러스의 부채는 모두 4조2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617억원의 이자를 지불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137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을 감안해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홈에버 인수에 따른 이자 비용이 지난해 9월부터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연간 이자부담은 이보다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매출은 어떤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경기불황으로 매출마저 신통치 않아 사실상 홈플러스는 고비용의 이자와 저비용의 이익으로 인한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올해 실제 매출 증가율은 마이너스 3%에서 마이너스 4% 정도로 경쟁사인 이마트나 롯데마트의 마이너스 1%에서 마이너스 2% 수준과 비교할 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프로모션 전략을 구사한 것이 독이 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경쟁사인 이마트·롯데마트와 달리 유일하게 유명 모델을 기용한 TV광고를 집행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광고 가격의 거품까지 모두 뺐다며 홈플러스는 공격하는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홈플러스의 고액 광고집행 비용이 상품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홈플러스의 부진과 매각설이 증폭되면서 유통업계의 살아 있는 신화적 존재와도 같은 이승한 회장의 리더십마저 도마 위에 오르는 형국이다. 이 회장의 지나친 공격경영이 오늘의 화를 자초했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이른 시간 내에 이마트를 제치고 유통업계 1위에 오르겠다고 공격적인 경영을 한 것이 위기의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홈플러스는 오늘의 위기가 홈플러스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경기불
황 여파로 대형마트 업계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홈에버 매장의 실적이 최근 많이 개선되고 있어 큰 문제는 없다는 것. 아울러 매각설 자체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면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SSM 사업 제동…또 다른 악재

홈플러스를 옥죄는 악재는 홈에버 매출부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사업이 소상공인들과의 갈등으로 사실상 좌초 위기에 봉착한 데다 대형마트 부문까지 전선이 확대될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홈플러스가 제시한 ‘2010년 업계 1위’ ‘2012년 17조5000억원’ 매출 청사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악재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 1997년 창사 이래 10년 동안 연평균 47%의 고성장을 기록하면서 업계 2위 자리에 까지 올랐다.

이는 이승한 회장이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한 데 기인한다. 창고형 대형마트 형식을 버리고 생활편의형 대형마트 형식을 택한 것과 지난해 홈에버 인수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SSM 사업에 뛰어들어 단기간 업계 1위로 도약시킨 추진력도 큰 보탬이 됐다.

실제 홈플러스는 158개의 SSM점포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업체인 롯데슈퍼와 GS수퍼마켓, 신세계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제치고 선두권을 질주, 시장을 안정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출점이 난관에 부딪치고, 정치권과 지자체마저 중소상인을 의식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사업개시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SSM 점포 오픈 보류 사태가 속출하면서 이에 따른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가뜩이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은 홈플러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홈플러스, 자금난·매각설 해명 진땀

자금난과 매각설이 끊이지 않자 이승한 회장과 홈플러스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는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승한 회장은 지난 10월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소매업자 대회에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홈플러스 매각설과 자금악화설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최근 현금흐름을 타이트하게 가져가는 것일 뿐 자금 악화설은 전혀 사실과 다르고, 일부 납품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설 역시 최근 현금흐름을 빠듯하게 가져가다보니 소문이 불거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 4조2000억원의 차입금이 있는데 조만간 자체 보유현금으로 2000억원 가량을 줄일 계획”이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금 악화설이 나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때를 맞춰 홈플러스도 양동작전을 구사하면서 자금난 및 매각설 진화에 열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홈플러스의 자금난과 매각 루머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최근 분할 매각설은 지난해 인수한 구 홈에버 35개 점포 중 상주점과 칠곡점을 폐점한 후 매각을 검토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무 건전성과도 관련해 홈플러스 그룹은 올해 차입금을 빌리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6500억원 이상 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이자를 수반하는 차입금을 2000억원 이상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고도 덧붙였다.

홈플러스는 또 “가장 현금관리를 잘하는 회사”라고도 밝혔고, “홈플러스 부채의 90% 이상은 은행차입금이 아닌 테스코 그룹으로부터의 차입금으로 이는 저리로 확보한 사실상 그룹 내 투자금으로 은행 빚과는 전혀 차원이 다르고 상환부담도 없다”고 해명했다. 테스크 그룹의 경영난 문제도 일축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10년간 테스코그룹이 한국시장에 투입한 자금은 6조4000억원에 달하고 한국은 테스코 그룹의 해외사업 부문 매출 1위 국가로서 전체 해외사업 매출의 30%, 이익의 25%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구나 테스코그룹은 한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성장시켜 나갈 구상을 확고히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간 한국에 4조원대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화점 진출 등 제2 도약 가능할까

홈플러스 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이제 유통업계의 관심은 이승한 회장의 리더십에 쏠리고 있다. 10년 세월동안 유통업계의 변방에 있던 무명의 홈플러스를, 유통업계 양대산맥인 롯데·신세계와 쌍벽을 이루는 유통명가로 성장시킨 데는 이 회장의 리더십과 판단력·추진력이 밑바탕이 된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선택은 당시에는 비판을 받았지만 얼마 후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옳았음을 실적으로 입증해왔다. 때문에 홈플러스 내부나 유통업계 일각에서도 이 회장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늘날 홈플러스가 있기까지 이 회장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사실상 최대 위기인 현재 난국을 어떻게 해결할 지 그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작금의 위기와 관계없이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 진출해 명실상부한 유통업계의 강자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대형마트와 SSM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는 냉철한 상황판단에 따른 것.

그래서 홈플러스의 백화점 사업 진출은 그룹의 새로운 사업동력 확보라는 의미와 함께 그룹 이미지 제고를 통한 시너지를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영국 테스코그룹 본사는 이 회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 그의 추진력이나 영업력, 리더십은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통해 검증된 터라 절대적 신뢰를 보내고 있어 본사 차원의 결단만을 남겨놨다는 분석이다.

이 회장은 얼마 전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오는 2012년 17조5000억원의 매출을 제시했다. 이는 백화점 사업 진출 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과연 이 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자신이 꿈꿔온 유통명가 홈플러스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지 유통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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