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진그룹 80년, ‘3대 세습’의 빛과 그림자- 조원태 회장 체제 완성… 그러나 ‘사라진 이름들’이 남긴 질문
대한항공을 보유한 국내 대표 수송·물류기업 한진그룹이 다음 달 1일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한진그룹은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기념식을 열고 ‘조중훈-조양호-조원태’로 이어지는 3대 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육상과 해상을 넘어 하늘길까지 책임지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미래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려한 축제 뒤편에는 냉정한 현실이 존재한다.
창업 이후 3대에 걸친 경영승계 과정은 한국 재벌사의 축소판이자, 내부 갈등의 역사로 남아 있다.
■ 조중건의 퇴장, ‘그림자 1호’
뉴스프리존 보도에 따르면, 한진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조중훈 창업주의 동생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1980년대 초 그룹 핵심에서 배제됐다.
조 전 부회장은 1959년 한진에 합류해 미군 수송사업을 대폭 확대시키며 그룹 성장의 주역이 됐다.
당시 미군 사업 수주액은 1959년 1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220만 달러로 급증했다.
당시 우리나라 총수출액의 6.7%에 달하는 규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룹 내에서 ‘사라진 인물’로 남았다.
한 재계 관계자는 뉴스프리존에 “조중훈 회장이 장남 조양호에게 경영권을 일원화하기 위해 동생을 사실상 배제했다”며 “조중건은 배신감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후 조중건은 대한항공 부회장에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 담당으로 사실상 좌천됐다.
그룹 내부에서는 “능력보다 혈통이 우선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남았다.
■ 형제들의 분열, ‘3인3색 독립’
조중훈의 장남 조양호 전 회장은 한진그룹을 물려받았지만, 동생들과의 불화로 그룹이 분열됐다.
조남호 전 한진중공업 회장,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은 각자 회사를 나눠 독립했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한진중공업은 주인이 바뀌었고,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유일하게 조정호 회장이 이끄는 메리츠금융만이 자산운용사로 성장했다.
조중건의 장례식에서도 이들 형제는 화해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뉴스프리존은 이를 두고 “혈연보다 권력이 우선된 경영문화가 한진가를 지탱해온 내부 공식이었다”고 분석했다.
■ 3세대의 반복, 조원태 체제의 권력투쟁
3세대에서도 갈등은 반복됐다.
조원태 회장은 고(故) 조양호 회장 별세 이후 어머니 이명희 씨, 누나 조현아(현 조승연)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을 두고 치열한 법정·주주전쟁을 벌였다.
결국 조원태 회장이 승리했지만, 내부 균열은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마무리하며 그룹 체제를 새롭게 정비한 점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3대 세습 구조’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 강조가 오히려 폐쇄성과 권력집중의 상징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경영학 교수는 뉴스프리존과의 인터뷰에서 “조중훈-조양호-조원태로 이어지는 리더십을 상징화한 것은 일종의 상징조작(symbolic manipulation)”이라며 “북한 정권의 세습 서사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빛과 그림자, 80년사의 교훈
한진그룹은 창립 80주년을 맞아 ‘3대 리더십 계승’을 강조하지만, 내부 분열과 퇴장한 인물들의 역사는 여전히 풀지 못한 과제다.
전문가들은 “세습보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100년 기업의 신화는 불완전한 채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80년을 이어온 한진그룹의 진짜 경쟁력은 과거를 미화하지 않고 직시하는 데서 시작될지 모른다. <저작권자 ⓒ 시사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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