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HJ중공업·동서발전, 울산화력 해체참사 책임 피할 수 없다— 공공기관의 ‘면피 행정’과 원청의 ‘위험 외주화’, 결국 노동자가 희생됐다
그 아래에는 하청 노동자들이 있었다. 철제 잔해는 엉켜 붙었고, 현장은 석면과 먼지로 뒤덮였다.
구조대는 열화상카메라와 내시경 탐지기를 동원했지만, 추가 붕괴 위험 때문에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사고 직후 구조된 두 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후 발견된 이들 중 대부분은 이미 숨져 있었다.
7일 오전까지 추가로 3명이 발견됐고, 그중 1명은 끝내 사망했다. 아직 2명이 잔해 속에 묶여 있다.
■ “발주기관 동서발전, 감독의 책임 방기했다”
이번 사고의 중심에는 공공기관 한국동서발전이 있다.
이 발전소는 동서발전이 발주하고, 원청인 HJ중공업이 수주해 해체공사를 진행하던 현장이었다.
그러나 실제 안전관리는 하청에 떠넘겨졌다.
노동계는 “발주기관이 책임의 최종선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관리·감독을 민간 원청에 떠넘기는 것은 전형적인 ‘책임 회피형 외주화’”라고 비판한다.
한 산업안전 전문가는 “발전소 해체공사는 석면, 고온 구조물, 고중량 철골 등 고위험 요소가 결합된 특수공정인데, 발주기관이 단 한 차례의 실질 점검도 하지 않았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취약화 작업’이라 불리는 철골 절단 공정이 진행 중이었지만, 위험성 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졌고, 안전조치 없이 작업이 이어졌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결국 동서발전이 발주한 공사에서, 동서발전이 책임지지 않은 위험이 터진 셈이다.
■ 공공기관의 ‘면피 행정’,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동서발전은 사고 직후 “안타깝다”는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은 없었다.
회사 측은 “원청이 안전조치를 이행했는지 조사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현장을 감독해야 할 발주기관이 오히려 ‘조사자’로 물러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공공기관의 면피 행정이 빚은 참사”로 규정한다.
발전소 해체나 정비공사는 대부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등 공기업이 발주하지만, 실제 안전관리의 구체적 책임은 하청 구조의 맨 아래로 내려간다.
책임은 위로 올라가지 않고, 희생은 아래로 떨어진다.
노동계 관계자는 “동서발전은 지난 수년간 수십 건의 위험작업을 외주화해왔다”며 “이번 사건은 그 결과가 어떤 비극으로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이라고 말했다.
■ ‘안전은 비용’이라는 인식부터 깨져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매몰자 구조와 원인 규명에 나서라”고 지시했고,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발전소 해체·정비 현장에 대한 전수 안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사후 점검’이 반복된 지 이미 오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태안화력 노동자 사망, 삼척화력 폭발사고 모두 “안전관리 부실”이 원인이었고, 발주기관이 ‘면피 행정’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이번엔 동서발전이었다.
공공기관의 이름으로 발주된 현장이 노동자의 무덤이 되는 현실.
“안전은 비용이 아니다”라는 원칙이 실현되지 않는 한, 다음 참사의 이름이 무엇이든, 그 발주기관은 또 다른 동서발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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