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진단] 신안산선 붕괴 한 달, '국가 시스템'은 어디에 있었나

온라인뉴스팀 | 기사입력 2025/05/22 [11:10]

[기획 진단] 신안산선 붕괴 한 달, '국가 시스템'은 어디에 있었나

온라인뉴스팀 | 입력 : 2025/05/22 [11:10]

▲ 변씨가 살던 집과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신안산선 5-2 공사현장이 위치한다./사진제공=제보자


2025년 4월 11일, 광명시 신안산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무너졌다. 2천 명 넘는 주민들이 삶의 터전에서 강제로 이탈했지만, 사고 발생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당 지역은 법적으로 ‘재난 지역’으로 선포되지 않았다. 그 사이 시민들은 임시 숙소와 호텔을 전전하며 신용카드 빚으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사고의 여진은 물리적 피해를 넘어, 이 나라 공공 시스템의 무기력함과 민간 대기업의 책임 회피, 그리고 제도적 사각지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퇴거 명령 이후, '개인의 신용'에 내맡긴 생존

▲ 변씨가 살던 집과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신안산선 5-2 공사현장이 위치한다./사진제공=제보자


변수영 씨 가족이 살던 집은 붕괴 지점에서 불과 20미터 떨어져 있었다. 광명시가 주민 퇴거 명령을 내린 것은 사고 이틀 뒤인 4월 13일. 하지만 그 이후의 대응은 주민 개개인의 사적 자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형태였다.

 

“아이들이 둘이나 있어요. 대피소 환경이 장기 체류에 적합하지 않아 숙박업소를 빌렸습니다. 두 달째 신용카드로 생활하고 있어요.” 변 씨는 목소리를 낮췄지만, 현실은 버티기의 연속이다.

 

재난도 제도도 ‘유예’된 사회

▲ 변씨가 살던 집과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신안산선 5-2 공사현장이 위치한다./사진제공=제보자


광명시는 “중재 중”, 시공사 포스코이앤씨는 “협의 중”이라 말한다. 그러나 피해 주민들은 단 한 번의 실질적 보상 협의조차 경험하지 못했다. 임시 TF팀이 꾸려졌지만, 그 존재조차 현장에서는 체감되지 않는다.

 

변 씨가 요청한 긴급 생계비는 “법적 재난 지역이 아니라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됐다. 사유는 ‘현행법상 기준 미달’. 결국 법은 존재하지만 사람은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러니만 남는다.

 

사고는 ‘인재’, 하지만 책임자는 없다

지난 5월 20일, 시민단체와 피해 주민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시공사의 책임을 촉구했다. “공사는 중단됐지만 우리의 고통은 계속된다”는 외침은 곧 “국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법과 행정의 실행력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정치적 언급은 많지만, 제도적 실행은 전무하다.

 

‘보상 중’이라는 말과 ‘한 푼도 못 받은’ 현실

포스코이앤씨는 공식 입장에서 “일부 피해자에게 보상을 선지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피해자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반박한다. 사과문은 있었지만, 달라진 현실은 없다.

 

“보상보다 당장 가족이 함께 있을 공간이 필요해요. 우린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죠?” 피해자의 물음은 제도의 침묵 속에 묻히고 있다.

 

재난 이후, ‘국가의 부재’가 더 큰 재난

신안산선 붕괴는 단순한 토목 사고가 아니다. 물리적 균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공공 책임의 공백,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재난’에 반응하지 않는 체계적 무능이다.

 

재난은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그 대가를 오롯이 개인이 떠안고 있다. 사고의 트라우마만이 남은 채, 책임은 불분명하고 보상은 유예된 상태. 대한민국 재난 관리 시스템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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