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의 고장, 진전면

외유내강의 고장, 진전면(거락숲).

박승권 기자 | 기사입력 2019/06/24 [19:44]

외유내강의 고장, 진전면

외유내강의 고장, 진전면(거락숲).

박승권 기자 | 입력 : 2019/06/24 [19:44]

▲     © 박승권 기자


[시사우리신문]박승권 기자= 마산합포구 진전면은 창원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다. 도심을 통과해 계속 달리다보면 높다란 건물들은 어느새 짙푸른 산으로 바뀌고, 빽빽하던 도로와 차들 대신 드넓은 논밭이 펼쳐진다. 연고도 없고, 와본 적 없는 이들도 푸근함을 느끼게 되는 풍경이다.

 

그도 그럴 것이 창원의 5개 구 가운데 가장 큰 곳이 마산합포구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곳이 진전면이다.

 

땅은 이렇게 널따란데, 약 4000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니 도심의 풍경과 다를 수밖에. 주민들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경우가 많은데, 양파‧참다래‧파프리카 등 시설원예와 굴‧홍합 등의 수산양식도 활발하다.

 

도심과 멀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주말이나 휴가철엔 방문객이 많은데, 대표적인 명소가 진전천 거락숲과 용대미다. 진전면 금암마을 일대의 진전천은 여항산에서 물줄기가 시작된다.

 

이 물이 마을까지 오면서 옛 사람들이 여름철 홍수를 막기 위해 제방에 나무를 심었는데 이게 바로 거락숲이다. 수령 200년이 넘은 서어나무, 팽나무, 왕버들 등이 2km남짓 이어져 있는데다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바닥은 고르니 물놀이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용대미는 월안마을의 서북쪽에 있으며, 용이 살았다고 해 용담이라고도 불린다. 절벽아래 맑은 물이 흘러 역시 피서지로 인기가 많다.

 

드라이브 길로 유명한 곳도 있다. 진전면 창포마을에서 시작해 동진교를 지나 고성군 동해면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쪽빛 남해바다를 바로 옆에 끼고 달릴 수 있는 길이다. 국도 77호선인데, 한반도의 동쪽 해안도로로 7번국도가 유명하다면, 남해엔 77번 국도가 비경을 자랑한다.

 

창포마을~고성군 동해면에 이르는 구간은 2006년 국토건설부(현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렇듯 진전의 바다는 가까이 끼고 봐도 예쁘지만, 적석산에 올라 바라보는 풍경도 절경이다. 적석산은 말 그대로 돌을 쌓아올린 듯한 모양새 때문에 이름 붙었는데, 바위산이라 오르기 힘들어 보이지만 안전난간과 데크 등이 설치돼 있어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 인근에는 폭 1.2m, 길이 60m의 현수교가 있는데, 이곳에 올라서면 마산만과 고성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산행을 마친 뒤 양촌 온천단지에서 피로를 풀고, 인근 횟집‧고깃집 등에서 배를 채우는 코스는 하루 일정으로 훌륭하다.

 

그러나 한촌의 여유로움이 있는 진전면은 사실 그 내면에 격정적인 항일의 역사를 품고 있다. 성구사, 팔의사 묘, 애국지사 사당 등이 그 흔적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19년 4월 3일, 만세시위를 벌인 진전‧진동‧진북면 주민들의 수가 적게는 5000, 많게는 8000명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이것이 바로 전국 4대 의거 중 하나로 꼽히는 4.3삼진의거다. 변상태, 변상헌 등은 일제의 눈을 피해 초계 변씨 사당인 성구사에서 거사를 도모했고, 양촌리에 있는 팔의사 묘는 시위도중 일제와 충돌로 목숨을 잃은 8명의 의사를 모신 곳이다.

 

임곡리에 있는 애국지사사당에는 창원지역에서 독립운동을 한 87위의 애국지사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또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을 펼쳤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로부터 경상남북도 대표로 임명된 죽헌 이교재 선생도 진전면 오서리에서 태어났다.

 

이처럼 진전면은 평온한 겉모습을 하고 있지만, 항일의 역사가 전해 내려오는 외유내강의 고장이다.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고, 치열했던 역사에 고개가 숙여진다. 부러 한 번쯤 찾아가볼 만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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