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세평(世評)】법원은 '정의의 마지막 보루'다.…양승태 대법원장의 구속과 서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을 계기로 더 이상 빽과 돈이 통하지 않는 참 세상을 열어야 한다.
 
김대은

▲  24일 오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구속영장이 발부. 전직 사법부 수장이 구속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

 

 

사법농단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늘 새벽 구속됐다.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로 오늘은 사법부 71년 역사에서 '치욕의 날'로 기록되는 날이다.

 

사실 법조계에서 조차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영장 발부를 쉽게 점치지 못했다. 오히려 기각될 가능성이 높은 것 아니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25년 후배 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이 실재했고, 그 몸통이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것을 인정해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물론 혐의 소명에는 검찰이 제시한 물증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번 구속의 결정적 요인으로는 일본 전범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에게 심리 계획을 누설한 독대 문건에 대한 증거와 이규진 판사의 수첩. 이 두 가지 때문에 이거 피해가기 좀 힘들었을 거라는 관측이 높다

 

그리고 또 한 가가지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스스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도록 자초한 면도 있다.

 

그는 전직 대법원장으로서의 어떤 그런 위엄과 당당함을 국민 앞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증거가 나올 때 "지시한 적 없다", "보고받은 적 없다", "기억이 없다", "범죄가 되지 않는다" 거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는 소위 '4무(無) 전략을 견지해온 것이 오히려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것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후배 판사들을 언급해 전직 대법원장이라는 지위로 현직 판사들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불필요한 행동을 했다. 이는 이해충돌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오히려 자충수를 뒀다고 할 수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4공화국 유신헌법 공포 직후인 1973년 군법무관을 거쳐 1975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관의 길에 들어섰다.

 

양 전 대법원장은 민사법분야에서 특출난 재능을 발휘하며 40여년의 법관생활 대부분을 서울에서 근무하는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대법원장에 임명되며 사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취임 이후에는 상고법원 설립을 강력히 추진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실장이 2013년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되자 그를 고리로 삼아 박근혜 정부·청와대와 긴밀히 소통했다.

 

결국 그는 상고법원을 위해 청와대 입맛에 맞도록 각종 재판거래에 관여하는 등 금지선을 넘었고, 헌정사 초유의 '사법부 흑역사'의 중심에 서게된 오명을 남겼다.

 

이번 재판이 오히려 법원의 입장에서는 국민적 신뢰 여부를 파가름 하는 또 하나의 과정으로 법원 스스로의 '자정노력'의 방점이 돼야 한다.

 

민주당은 그동안 전 정권 때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해왔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에 대해서는 속속 단죄가 진행 중이고,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민주당은 “법 앞에 평등이란 원칙하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그 칼 끝이 도리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을 강하게 비난해 왔으며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의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민주당도 다를 게 없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    2015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던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파견 중인 판사를 직접 방으로 불러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

 

 

최근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추가 기소하면서 드러난 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이 심각한 문제로 일파만파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국회에 파견 나온 판사를 만나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인의 아들에 대한 선처를 요구했고, 죄명은 바뀌지 않았지만 벌금 500만원이란 가벼운 형량을 받게했다.

 

이런한 내용들은 검찰이 압수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이메일에서 청탁받은 판사가 서 의원 사무실을 방문한 시기, 청탁한 사건의 내용과 희망 형량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는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고, 서 의원은 관련 법안 통과에 결정적 권한을 가진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이었다.

 

서 의원은 계속 청탁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오얏나무 밑에서 갓 끈 고치지 말라'고 재판에 개입한 정황은 너무도 뚜렷하다.

 

하지만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17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재판청탁을 한 서 의원에 대해 원내수석부대표직 자진 사퇴 같은 하나 마나 한 조치를 내놓고 별도 징계는 하지 않았다.

 

참으로 어이없는 조치다.

 

이는 누가 봐도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요, 이중잣대다'.

 

빗대어 말한다면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도 현직을 그만두는 선에서 덮고 가자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 의원의 입에서부터 담당 판사한테까지 들어가는 데 불과 하루가 안 걸렸다고 한다.

 

이게 우리 일반인이라면 상상이나 가능한 일이기나 했겠는가? 선처는 고사하고 담당 판사하고 어디 제대로 말이나 한번 섞을 수 있는 일인가? 

 

서 의원은 개인 민원을 위해 국회의원이란 특권을 남용했다. 사법농단의 공범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손혜원 의원처럼 호위무사 역할을 하지말고 서 의원에 대한 법적 처벌과는 별개로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서 의원 재판청탁개입사건은 국회의원과 법원의 부당 거래는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이라는 국가의 기본 틀과 헌법질서까지 위태롭게 만드는 엄중한 사안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된다.

 

'모든 재판은 당사자에겐 목숨처럼 소중한 것'으로 판사 한 마디에 신병 구속이 좌우되고 판결문 한 장에 패가망신이 좌우된다. '재판받아본 사람만이 그 절박함을 잘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이 세상을 뒤집을 일이라면, 서영교 의원의 재판 개입도 피해자 가족을 뒤집을 일이다.

 

'법(法)'이란 원칙과 '법치(法治)'라는 질서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롭고 공정해야 사회도 국가도 바로 설 수 있다.

 

흔히 법원을 두고 '정의의 마지막 보루'라고 한다.

 

양승태 대법원장의 구속과 서 의원의 재판청탁 의혹을 계기로 사법개혁이 제대로 이뤄져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팔을 걷어부치고 노력해야 한다.

 

더 이상 사람들의 뇌리에서 '유전무죄(有錢無罪)·무전유죄(無錢有罪)', '유권무죄(有權無罪)·무권유죄(無權有罪)'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빽없고 돈 없는 사람'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참 세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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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24 [08:56]  최종편집: ⓒ 시사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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