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공부하고 더 생각하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 기사입력 2018/11/17 [21:31]

더 공부하고 더 생각하자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 | 입력 : 2018/11/17 [21:31]

우리 사회 혼란의 가장 핵심적 원인 중 하나가 ‘지성의 빈곤’(The poverty of intellect)이라는 생각을 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실과 사실 아닌 것을 구분하고, 정당한 것과 정당하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지성적 능력의 결핍이 우리 사회에 막대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고, 막대한 희생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시사우리신문편집국

지성의 결핍, 지성의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부(工夫)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학(學)과 사(思)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1) 공부함, 배움, 학습, 지식의 습득을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 즉 독서와 검증된 문서들, 즉 논문과 각종 논평, 언론 기사 등을 읽는 것,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 특히 각계 전문가, 지식인들의 강의와 말을 경청하는 것, 주변 경륜을 지닌 선배들의 말씀을 경청하는 것,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의 창발적 언술을 경청하는 것 등이 그 주요 방법이 되겠습니다.

 

그 중 검증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글, 즉 책을 읽는 것은 공부의 요체입니다. 사실 판단에는 이런 지식의 습득, 공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인간 문명이 이루어놓은 지식의 양은 방대합니다. 한 개인, 어느 누구도 그런 방대한 분야의 지식을 전문적 수준까지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주요 분야의 상식(常識, common sense)과 국가, 사회의 주요 영역에 대한 상식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의 직업 분야에서의 자신의 역할에 따라 최고 전문가적 지식을 습득해야 할 필요도 당연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전자 기술 문명 시대에 독서를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소홀해지기 쉽지만 그래서 더욱 중요합니다. 책의 형태가 전통적 종이책이든, 전자 문서든 체계화된 검증된 지식을 책을 통해 습득하는 것이 공부의 요체입니다. 중언부언(重言復言)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주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인, 지식인, 전문가, 관료, 언론인, 독립적 개인으로 존재하는 시민 등 압도적 다수의 사람들의 주요 분야에 대한 지식 습득 노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가와 사회를, 개인적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향도(向導)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적 분야에서 고도의 지식을 습득하는 한편, 다른 분야에 대한 평균 이상의 지식을 습득해야 합니다. 평생 교육,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생득적(生得的) 지능이 탁월한 사람이라고 해도, 일정 수준의 절대적 공부량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사실 판단과 윤리적 판단을 제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주말 저녁 이웃들과 책을 읽으며 토론하는 시민 강독회 등 이런 모임들이 사회의 관행으로 자리 잡는 것은 어떻습니까? 국민 체육의 향상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사회의 전반적인 평균 지식의 수준을 높이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정치경제적 정체(政體, polity)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데에 핵심적 요소입니다.

 

(2) 생각하는 생활을 습관 삼아야 합니다. 생각함, 생각하기, 사유(思惟, thinking, Denken 독일어)는 지성의 성숙을 위해 필수적입니다.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원점에서부터 자기 스스로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기, 성찰적(省察的) 사유, 반성적(反省的) 사유는 다수의 우리 국민 모두가 노력해서 매일 식사를 하듯, 생활의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오랜 제 지론입니다.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일처럼 일상적 사무라는 말입니다. 사유가 다반사가 되어야 합니다.

 

갑자기 주어진 것을 마치 거울이 반영하듯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그 진리성을 근본적으로, 의도적으로 의심하고 처음부터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 이것이 비판적으로 생각하기의 기본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정신 지도를 위한 규칙들’, ‘방법서설’, ‘성찰’에서 제시한,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라는 개념은 우리가 중등교육을 받을 때에 여러번 들어본 말입니다. 맥락은 다르지만 사회철학에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존 롤즈의 정의론에서는 ‘무지(無知)의 베일’(veil of ignorance)라는 말이 나옵니다.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에 대한 사유의 실험을 진행하는 과정 중 기존 조건들에 대한 지식을 배제하자는 것으로 제기되는 맥락은 다르지만 우리 사고의 판단에서 기존의 것, 주어진 것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의 권위를 싣고 나온, 사실 판단과 당위 판단을 그대로 수용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그 진리성을 의심하면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서 우리 자신의 지성으로 비판적으로 깊고, 넓고, 크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러한 사유가 올바른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건이 바로 풍부한 지식입니다. 사실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는 사유는 위험합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유도하기 쉽습니다. 자신의 생각으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라면 판단의 유보, 판단 중지를 잠정적으로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타인에게 물어보기, 대화, 미래의 사유 과제로 남겨두기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문제를 일단 보전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배움과 생각은 모두 지성의 성장을 위한 것으로, 똑같이 중요합니다. 공부가 사유력을 높이고 사유가 공부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합니다.

 

(3) 사실이 아닌 거짓이, 공정이 아닌 불공정이, 선이 아닌 악과 위선이 판치는 사회는, 바로 지성의 빈곤에서 나옵니다. 우리 사회의 지도적 인사들, 그리고 국민 일반의 지성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선동과 거짓, 위선과 악, 공정을 가장한 불공정이 득세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행동의 국민 총궐기도 중요하지만 ‘배움과 사유의 국민 총궐기’를 촉구합니다. 지금보다 더 공부하고, 더 생각해야 합니다. 공부와 생각이 진정으로 강력한 ‘행함’을 유도합니다. 공론장에서 합리적 담론으로 난제가 해결되는 사회를 갈망합니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 국민 다수가 더 ‘공부’하고 더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우리 기성세대의 또 하나의 무거운 책무입니다.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유일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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