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世評】 기무사 총구(銃口)의 方向은 어디로 向하나.. ‘政權’ 대신 ‘國家’에 忠誠해야
 
김시몬 기자

 

▲촛불시위당시 3월,국군 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과 계엄령 시행에 대비한 문건이 폭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판결을 앞둔 지난해 3월 촛불 시위 당시 국군 기무사령부가 위수령과 계엄령 시행에 대비한 문건이 폭로돼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광주 5·18을 떠올리게 하는 이 문건은 앞서 국방부가 국회 답변을 위해 만들었던 '위수령 제도 검토' 와는 성격이 다르다.

 

기무사는 당시 상황 평가 보고에서 "정치권이 가세한 촛불·태극기 집회 등 진보(종북)-보수 세력간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북극성 2호 시험 발사 등 북한의 군사도발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를 '종북'으로 표현하고 대규모 시위가 일면 북한이 도발해 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무사 문건에는 계엄 시행시 구체적인 언론통제 방안도 적시돼 있었다. '비상 계엄'부문에는 '정보 수사기관을 조정·감독해 집회·시위 주동자 등 계엄사범을 색출, 사법처리', '계엄사 보도검열단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을 운영, 언론통제', '방통위 유언비어 대응반은 시위선동 등 포고령 위반자의 SNS계정을 폐쇄하는 등 사이버 유언비어 차단'이라고 명시돼 있다.

 

▲  계엄발령시 서울시내 추가병력 배치도   ©


 

심지어 동원 가능한 기계화사단과 특전여단 규모, 병력 배치 장소도 적시했고 보도 검열, SNS 폐쇄 같은 여론 차단 방안도 나와 있다.

 

군의 보안을 지키고 방첩을 목표로 하는 조직인데  평화적으로 집회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위수령을 발동해 비상계엄까지 간다는 시나리오를 짜는 건 기무사의 할 일이 아니다.

 

다음은 기무사가 작성한 시나리오 내용을 살펴 보면 가히 충격적인 내용이 나온다.

 

"북한의 도발 위협이 점증하는 상황 속에서 시위 악화로 인한 국정 혼란이 가중될 경우 국가 안보에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국민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이 악화 시 계엄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

 

"군령권이 없는 육군총장은 병력 출동 승인이 불가하지만 육군총장 승인 후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

 

"국민의 권리와 의무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으나 군의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국회가 위수령 무효 법안을 제정하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법안이 가결되더라도 2개월 이상 위수령을 유지할 수 있다."

 

"위수사령관은 군 병력에 대한 발포권한을 엄격히 통제하되 폭행을 받아 부득이한 때, 다수 인원이 폭행해 진압할 수단이 없을 때 발포가 가능하다."

 

"계엄사 보도검열단 48명과 언론 대책반 9명을 운영, 군 작전을 저해하고 공공질서를 침해하는 내용이 보도되지 않도록 언론통제해야 한다."

 

과연 이 문건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기무사가 주동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문건 작성의 경위에 대해서는 앞으로 검찰의 조사를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이대목에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왜 하필이면 "기무사"인가하는 부분이다.

 

군의 정보 기관으로 정보 수집이 본연의 업무인 기무사가 치안 유지를 명목으로 위수령의 선포와 군 병력의 출동을 거론할 위치에 있는가. 그런 발상을 했다는 자체가 시대흐름에 역주행 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추락시키는 행태다.

 

기무사는 과거 군부 쿠테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을 정도로 군내 대표적인 권력 기관이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도 아무런 반성 없이 전 정권 시절 권력과 결탁하여 국내 사찰을 전방위적으로 자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온갖 월권과 불법이 저질려졌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천만다행으로 문건의 내용은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았다.

 

촛불 시위가 매우 평화적으로 이루어졌기에 병력 투입의 명분을 찾을 수 없었고 기무사를 제외한 군 수뇌부의 동조를 얻기 어려운 상태 였으며 여당 역시 정권에 등을 돌린 상황에서 설령 위수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해도 어차피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쿠테타로 과거 4.19혁명 당시 이승만이 해외로 도주하고 자유당이 붕괴된 것처럼 그나마 박 정권의 마지막 지지세력들마저 등을 돌려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기무사의 본래 목적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최일선에서 복무하는 충성 부대로 부대 구호도 ‘충성’이다.

 

그런데 이번 문건으로 그들의 충성 대상이 그동안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충성 방향이 그들이 다짐했던 국가와 국민이 아니라 정권에 맞춰져 있었다는 사실을 자인하고 있다. 

 

군이 시민을 진압 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보기관장이 자신을 임명한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법적으로 임기를 보장한다. 또한 정치화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정보원의 가장 큰 치욕이라고 가르치는 등 정치적 일탈 행위를 예방하고자 노력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권과 연계된 사람이 정보기관장에 임명되는 경우가 많고, 한 정권 내에서도 2-3차례 정보기관장이 바뀌다보니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하는 대신 정권에 충성하는 시스템으로 변질 됐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미국처럼 정보기관장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정치적 일탈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정권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하는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코미 전 미국 FBI 국장이 이미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시절 문제를 수사하다가 대통령에게 해임당하고도 법적으로 당당히 맞서는 모습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보기관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 새삼 느끼게 한다.

 

군의 정치적 정향이 보수적 현실주의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군의 속성상 상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결국 군의 정치개입은 늘 그렇듯이 정권의 과도한 개입 탓으로 봐야 할 것이다.

 

기무사가 합참 민군작전부 소관인 계엄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한 이유가 뭔지, 특히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자유 민주주의는 쟁취 하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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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8/07/08 [13:31]  최종편집: ⓒ 시사우리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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