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미래유망산업, 현장을 가다’

시사우리신문편집국 | 기사입력 2010/02/16 [12:14]

LG경제연구원 ‘미래유망산업, 현장을 가다’

시사우리신문편집국 | 입력 : 2010/02/16 [12:14]
모든 기업에게 닥친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1등 우량기업과 2류 기업이 갈린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모두가 움츠려들 때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글로벌초우량 기업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豪奢)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남들과 똑 같은 위기극복 방식으로는 결코 1등의 위치에 오를 수 없음도 자명하다.

세계는 미증유의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미래형 먹거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는 화석 에너지를 대체할 미래형 에너지, 지구라는 물리적 가치창출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우주산업, 노동투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로봇산업, 이 모든 미래형 산업의 경제성을 향상시켜 현실화를 앞당기는 신소재 등. 기존 산업의 성공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역사적 도전들은 모두 미래의 강자를 꿈꾸는 기업들이 자임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조선일보와 공동으로 지난 연말 글로벌 기업 7곳을 선정, 현장 탐방했다. 미래비전과 기존 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의지가 녹아있는 곳들이다. 이들 기업의 ‘현장보고’는 똑같은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한국경제와 기업들이 어떤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지 좋은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일본 등 경제강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이머징 마켓의 선두주자들을 포함시킨 것은 이 때문이었다. ‘현장보고’의 주요 내용은 함께 현장취재에 나선 조선일보의 신년 기획시리즈 기사로 게재됐다.

Ⅰ. 프랑스 우주산업의 심장, EADS 아스트리움

오는 5월에는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재발사될 계획이다. 작년 나로호의 첫발사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를 계기로 온 국민들이 우주 과학에 뜨거운 관심을 갖게 됐다. 우주강국 프랑스 사람들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우리 보다 앞선다. EADS 아스트리움은 그러한 관심의 중심에 있다. EADS 아스트리움은 유럽의 다국적 우주항공그룹인 EADS의 자회사로 2000년 프랑스의 아에로 스파시알 마트라, 영국의 마트라 마르코니 스페이스, 독일의 다임러크라이슬러 에어로스페이스가 연합하여 탄생하였다. 주요 사업분야는 인공위성, 발사체 등 설계 및 생산이다. 2008년 매출액이 43억 유로로서 우주 산업에서 유럽 최고 기업이다. 최근 아스트리움은 우주 산업 경쟁에서 전통 강자인 록히드마틴 등 미국 기업을 추월하고 있다. 예컨대 아스트리움로켓인 ‘아리안 5호’는 글로벌 상업용 인공위성 발사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다.

아스트리움의 성공 요인은 무엇보다도 탁월한 기술력에 있다. 아스트리움의 주주인 프랑스, 영국 등은 각기 자신들의 경쟁력 있는 기술 분야를 맡는다.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료탱크 등 수많은 구성품이 필요하다. 프랑스를 주축으로 유럽 기업들은 각자 맡은 구성품 분야에서 최고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한다.

우주 개발을 사업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정부의 노력도 성공을 견인하고 있다. 프랑스는 미국이 국가 보안 차원에서 우주 기술 수출을 꺼리면서 생긴 공백을 메웠다. 기상관측위성 등 상업적인 용도에서 우주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수요는 늘어났지만, 상업용 인공위성 제작과 로켓 발사 대행을 비롯한 서비스 공급은 모자랐다. 프랑스 정부는 그 시장을 파고들었다. 우주 고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국가적 차원의 영업도 확대하고 있다. 프랑스 관료들까지 나라 밖에서는 아리안 로켓과 아스트리움 인공위성을 홍보하는 우주 세일즈맨으로 활약할 정도라고 한다.

아스트리움은 프랑스 우주항공의 메카인 톨루즈에 위치해 있다. 올 3월에는 아리안스페이스(아스트리움에서 개발한 위성과 발사체를 발사하는 기업) 발사장에서 한국 최초의 통신해양기상 위성이 발사될 예정인데, 한국 항공우주연구원 주도하에 아스트리움이 2003년부터 개발에 참여했다. 아스트리움 뒤편에는 3층 규모의 연구동이 자리잡고 있었다. 연구동으로 들어가니 한국에서 파견된 항공우주연구원들이 위성을 면밀히 검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개발된 통해기 위성의 마지막 테스트가 진행되는 것이다. 테스트에 임하는 연구원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돌았다.

우주산업은 인간의 손을 기다리는 신천지(新天地)다. 우주는 우주항공 뿐만 아니라 자원 개발, 통신, 의료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의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전자레인지, 의료용 검사기기, 네비게이션 등 우주 기술의 파급 효과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1957년 미국과 구소련의 우주 경쟁으로부터 시작된 우주 개발은 80년대 유럽과 일본, 중국이 동참하면서 우주 기술 경쟁으로 진화되었다.

우리나라는 우주 강국에 비해 40년 늦게 우주 개발을 시작했지만, 짧은 기간 동안 많은 것을 이뤄냈다. 올해 나로호 2차 발사가 성공할 경우 우리는 세계 10대 스페이스 클럽에 들어가게 된다. 나로호 발사 이후 한국형 발사체(KSLV-II) 개발에 착수해 2018년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쏘아 올릴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우주탐사를 준비해 2020년 달 궤도선, 2025년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우주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주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핵심 원천기술의 확보는 우주 강국으로 진입하는 열쇠이다. 특히 IT, NT 등 우리의 강점 기술을 우주분야에 연계해 타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우주 기술 융·복합화도 병행해야 한다.

더불어 ‘우주 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우주 경쟁력1은 정부 수요 확대로 인해 현재 세계 8위권이지만, 산업 경쟁력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주 산업 강국 달성을 위해서는 우주 개발과 우주산업의 연계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한가지 방안으로서 기업의 참여 확대가 있다. 그 동안 정부 주도 우주 개발 사업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참여가 부족했었다. 우주산업 경쟁력 강화를 염두에 둔 우주개발은 이른 시간 내 우주 강국진입과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Ⅱ. 브라질 기술력의 자존심, 중소형 항공기의 강자 엠브라에르

상파울루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떨어져 있는 산호세 도스 캄포스 시에 위치한 엠브라에르(Embraer) 공장에 들어서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에어프랑스, KLM 등 세계 유수의 항공사 로고가 찍힌 비행기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브라질의 먹거리로 풍부한 천연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기반으로 한 광업과 농업만을 생각했다면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항공산업의 위용에 다소 생소함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브라질에서 항공산업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Petrobras), 철강업체 CVRD에 이어 수출 3위를 차지할 만큼 앞서가는 산업이다.

브라질 항공 산업의 중심에 엠브라에르가 있다. 엠브라에르의 2008년 매출은 64억1천5백만 달러로 브라질 항공 산업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엠브라에르는 70-110석 규모의 중소형 항공기 시장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이다.

엠브라에르의 핵심 성공요인은 틈새 시장의 공략과 고객의 니즈를 충실히 반영한 제품에 있다. 대형기로는 운항 효율성이 떨어지는 근거리 운영 항공사의 니즈를 포착하여 내놓은 중소형의 ‘꼭 맞는’ 비행기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고객의 소리에 충실히 귀 기울였다. 경험이 전무한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객의 요구에맞춰 처음부터 모든 설계를 다시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선발주자인 캐나다의 봄바르디에 보다 더 편하고 가벼운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시장에서 크게 환영 받았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도 엠브라에르의 성공에서 빼 놓을 수 없다. 브라질 정부는 1940년대에 국가 발전전략의 하나로 항공산업을 선정하고 항공우주기술본부(CTA), 항공기술대학(ITA)를 통해 기술개발에 주력하였다. 여기서 개발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엠브라에르를 설립하였고 발전을 위해 공장부지 무상 제공, 내수 확보 등 직간접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엠브라에르의 특징은 민수, 수출 중심이다. 2008년 매출의 81%가 민수, 96%가 수출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항공기 제작사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다.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군수와 내수에 치중해있는 것이 특징이다. 군수에서는 기본 훈련기인 KT-1과 고등훈련기인 T-50 등 완제기를 공군에 납품하고 있으나, 민수에서는 에어버스 등에 날개 구조물, 동체 등 항공기 부품을 일부 납품하는 수준이다. 내수 비중도 2008년 생산액 기준 69%로 내수 중심의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항공산업은 최첨단의 기술집약적인 체계종합산업으로 기계, 소재, 전자, 정보통신 등 후방산업의 기술을 요소 기술로 하여 국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견인하는 산업이다. 경제적 효용가치도 높아 T-50 고등훈련기 한 대가 중형차 1,100대의 수출효과와 동일한 부가가치를 갖는다.

우리나라 항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해외 항공선진국과의 국제 공동개발을 통해 기술의 격차를 줄이고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항공기를 포함한 방위산업의 수출은 뛰어난 성능의 제품 이외에 정치적, 외교적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특히 절충교역(Offset)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절충교역이란 외국으로부터 군사관련 장비와 서비스의 구매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생산 수출 등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제도이다. 브라질 역시 절충교역을 잘 활용하여 이스라엘 엘빗사(Elbit), 에어버스 등에서 기술 이전,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산업발전에 기여하였다. 이제 항공산업은 더 이상 자주 국방의 영역엠브라에르의 직원이 아니라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Ⅲ. 인간 삶의 질을 높여주는 로봇, 일본 사이버다인

생산 현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우리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로봇이 점점 똑똑해지면서 인간의 역할을 지원해주거나 대체하고 있다. 인간의 관절 역할을 하는 ‘입는 로봇’ HAL(Hybrid Assistive Limb: 하이브리드 의족)은 인간의 신경을 통해 인간의 관절을 대신하여 움직인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가 머지않아 실현될 전망이다.

작년 12월, 사이버다인(Cyberdyne) 스튜디오에서 직접 HAL의 원리를 체험해봤다. 체험용 HAL에 연결된 근전도 센서를 왼쪽 팔에 붙이고, 팔을 움직이니 HAL의 다리가 정확히 팔의 움직임을 따라 했다. 팔꿈치 관절이 움직이는 각도만큼 HAL의 무릎관절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신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본의 로봇 산업은 여전히 세계 최고다. HAL이나 스마트팔에서 구현된 사지(四肢)와 손가락의 정밀 제어기술은 아직 다른 나라들이 근접하기 힘든 수준이다.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기업들은 올해 2008년 기준 35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로봇 시장의 약 6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야스카와 전기처럼 앞선 기술력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로봇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일본은 자국 로봇 산업의 돌파구이자 미래 성장동력을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 찾고 있다. 사이버다인이나 야스카와 전기와 같은 로봇 전문 기업들은 물론이고, 일본의 대표 전자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 자동차업체 혼다와 도요타 등도 서비스 로봇 분야에 뛰어들어 청소 로봇, 설겆이 로봇, 환자 도우미 로봇, 하역·물류 로봇 등을 개발 중이다. 대학에서도 활발한 서비스 로봇 연구 열기가 일어나고 있고, 일본정부도 경제산업성이 나서 직접 산학연 협동 프로젝트를 출범하는 등 서비스 로봇분야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재는 사이버다인의 HAL이나 코바랩(Kobalab)의 머슬슈트처럼 의료·복지용 파워 어시스트 로봇(Power Assist Robot)의 시장 전망이 향후 4년간 18배 가량 급성장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술이 성숙되어 있고, 도입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출발은 늦었지만 산학연이 힘을 합쳐 일본 등 선진국 수준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국산 로봇이 일본 로봇과 대등한 수준으로 세계 전시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시기까지는 다소 불투명하다. 아직도 극복해야 할 기술적, 경제적 과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적인 면에서는 서비스로봇의 핵심 부품의 국산화가 빠르게 진전되어야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우리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 사이버다인의 ‘입는 로봇’ HAL은 환자나 노인의 이동을 지원하는 훌륭한 로봇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한달 렌탈비 250만원이라는 부담 때문에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 국내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경제적 과제가 선결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정부와 기업 모두 복지 사회 실현이라는 차원에서 서비스 로봇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만큼 어떤 형태로든 활용의 물꼬는 트일 전망이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생활하는 시기가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Ⅳ. 태양광 산업의 기린아, 중국 썬택

서구의 언론들이 중국 태양광 산업체를 방문할 때 대부분의 리포트는 아침을 태극권 체조로 시작하는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공장 풍경으로 시작한다. 중국 태양광 기업의 경쟁력을 ‘낮은 임금과 높은 생산성’을 통해 설명하려는 것이다.

중국 태양광 산업의 동력은 무엇일까? 이미 중국은 전 세계 기존 태양열 온수패널 보급량의 2/3를 차지하고 있고, 신규 설치 용량에서도 14GW로 전 세계 총 설치용량의 3/4를 차지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 힘입은 태양열 온수 분야에서 중국의 잠재력이 나타난다. 하지만 저가의 온수패널을 생산하던 중국에서 이제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태양열 온수설비에서 이제는 최고의 광전효율(태양광을 전기로 변환하는 효율)을 보이는 발전 패널 생산으로 급속하게 성장의 축을 전환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태양광 발전 시장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집중되어 있다. 아직도 태양광 설치 시장의 80% 이상을 유럽 시장이 차지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오바마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지원정책과 함께 미국 시장이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기술에 있어서도 인공위성용 태양전지로부터 기술축적을 시작한 선진국들이 앞서 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선진국들이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태양광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저렴한 중국의 원가경쟁력을 들 수 있다. 태양광 업계의 주당 평균 7만원 수준의 저렴한 임금이 원가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쟁상대인 유럽 국가의 1/16 수준이다. 이에 더하여 중국의 태양광 산업은 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높은 양산 효율성을 확보한 태양전지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에 방문한 세계 3위의 태양광 기업인 썬택의 경우도 호주 뉴사우스 웨일즈(New South Wales) 대학의 R&D 기술과 장쑤(江蘇)성 우시(无錫) 생산공장의 높은 생산 효율이 결합된 것으로 대표적인 기술·생산의 협력 모델로 꼽을 수 있으며, 썬택의 플루토 셀(Pluto Cell) 태양전지 양산효율은 18.8%로 업계 평균 약 17.5% 대비하여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그 결과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태양광 모듈은 전반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효율에도 불구하고 평균 수출 가격은 단위 용량(Wp)3당 약 1.5유로 수준으로 유럽 기업들의 75% 수준에 불과한 탁월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다. 먼저 썬택이 자리잡고 있는 장쑤(江蘇)성 지방정부에서는 태양광 발전에 대해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kWh당 2.15위안의 발전가격을 책정하여 지원한 바 있다. 현재 주민용 전기가격이 kWh당 0.5위안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의 지원이다. 또 중앙 정부에서는 지난 11월 총642MW에 달하는 294개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선정하여 투자 비용의 50~70%를 보조해줄 계획을 수립하였다. 또한 111개의 빌딩에 설치될 91MW의 설비에 대해 단위 용량(Wp)당 15~2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기도 하다. 2009년 이미 글로벌 시장 점유율 36%의 중국은 이러한 강력한 수요측면에서의 지원에 힘입어 가까운 시일 내에 태양광 산업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우리나라의 태양광 산업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Feed In Tariff)와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오가는 정책의 변화로 인해 사업자들이 신속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사업자들은 정책 변경과 좁은 내수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한 아직 수출시장에 내놓을 최고의 효율을 나타내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도 못하다. 내수기반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시장에서는 낮은 비용에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중국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신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신성장 동력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함께 요구되는 시점이다.

Ⅴ. 개도국 최대의 풍력기업, 인도 수즐론

인도는 IT 강국이다. 이를 바탕으로 인도는 IT 기반 서비스에서 글로벌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서비스 산업 전반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조업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도가 풍력발전 시장에서만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인도는 누적 풍력 발전용량 세계 5위, 2008년 신규설치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풍력 선도국이며, 글로벌 3위 풍력 업체인 수즐론(Suzlon)은 자국 시장뿐 아니라 유럽, 미국, 중국 등 20여 국가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인도에서 풍력 산업이 성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번에 방문한 수즐론의 성장 과정을 통해 발전의 계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수즐론은 인도 현지 기업들에게 외국에서 수입한 풍력터빈을 설치하고 아울러 풍력 관련 금융, 운영 등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작되었다. 선진국의 풍력기업이 기존 송배전망을 소유한 전력기업에 전기를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하였다면, 인도는 풍력 발전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 직접 공급하는 방식으로 성장한 것이다. 수즐론은 이렇게 외국의 완제품 수입 판매에서 점차 조립 생산을 거쳐 마침내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유럽 기업(Hansen, REpower 등)들을 M&A를 통하여 확보하는 방식으로 성장을 이루었다. 뭄바이 북쪽자동차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수즐론 다만(Daman) 공장을 방문했을 때에도, 조립되고 있는 대부분의 주요 부품은 벨기에산 기어박스, 중국산 샤프트 축 등 70% 이상이 수입품이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80% 이상이 다시 글로벌 시장으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M&A를 통한 핵심기술 확보로 글로벌 시장 개척이 성공한 것이다.

다음으로 제시할 수 있는 인도 풍력 시장 발전의 중요한 동력은 교토 협약에 따라 만들어진 개도국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한 배출권 제도이다. 선진국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할당된 온실가스 감축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개도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통해 획득한 배출권을 대신 구매하게 해주는 제도가 청정개발체제(CDM: CleanDevelopment Mechanism)다. CDM 사업의 확대와 함께 인도 풍력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게 된다. 2009년 8월 기준으로 UN에 등록된 CDM 사업 중 인도의 풍력발전용량은 5,659MW에 이른다. 인도의 2008년까지 누적 풍력설치용량이 9,645MW이고, 최근 3년간 4,889MW가 설치된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풍력 사업이 CDM 사업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풍력산업의 당면 과제는 대형화와 해상풍력 확대이다. 효율성이 강화된 대규모 발전기기로 기존의 비효율적인 소형 발전기기를 대체하는 리파워링(Repowering, 킬로와트(kW)급의 작은 풍력발전기를 2메가와트(MW) 이상의 대용량으로 교체하는 작업)과 이러한 대형 발전기 설치와 더 이상의 확대가 어려워지는 육상의 입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줄 해상풍력(Off-Shore) 단지의 설치가 시급한 상황인 것이다. 기술력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누적 풍력 설치 용량에서 아시아에서도 5위권, 세계 약 30위권으로 아직 시장이 채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또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선언한 우리로서는 인도, 중국 등 개도국에서와 같은 CDM 사업을 국내에서 수행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CDM사업을 통한 풍력 산업 확산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또한 이미 풍력 선진국들은 대용량, 해상풍력 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바람이 풍부한 입지 선정이 어렵고, 내수 시장의 규모 자체가 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선진국 기업들이 선점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조선사업 등을 통해 대용량 풍력 발전기 생산의 기초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해양 플랜트 사업 등으로 해상 풍력단지 건설과 관련된 경험도 풍부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금융적인 지원을 통해 내수시장을 최대한 확대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 경쟁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Ⅵ. 러시아의 차세대 성장동력 나노, 나노기술공사

석유, 가스와 같은 천연 자원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가 탄탄한 기초 과학을 바탕으로 최근 나노(Nano) 분야 개발에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노(Nano)란 그리스어의 ‘난장이’란 뜻으로서 10억분의 1미터 단위를 나타낸다. 나노기술은 물질을 나노미터 크기의 범주에서 조작 분석하고 제어함으로써 새롭거나 개선된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특성을 나타내는 소재, 소자 또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과학기술이다. 러시아는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음에도 실제로 상업화에는 약하다는 문제의식에서 2007년 국영기업인 나노기술공사(RUSNANO)를 만들었다. 나노기술공사는 나노기술 국가 정책을 총괄 수행하면서 기술 인프라 구축과 산업 진흥을 담당한다. 이를 위해 나노기술공사는 러시아 연방 투자기금 등의 경제개발기관들과 협력을 도모하여 나노기술 투자를 위한 초기단계에서의 금융프로젝트지원, 10년까지 장기 프로젝트 지원과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나노기술공사는 작년 9월까지 국제기술과학전문가와 기술과학위원회의 심의 및 재정 결정을 통해 36개 프로젝트를 최종 선정하고 이를 지원하고 있다. 선정된 36개 프로젝트의 주요 분야는 태양에너지 및 에너지 절감, 광전자소자 및 나노소자, 나노소재, 기계공학 및 금속 가공, 의약 및 생명공학 등이다.

나노 분야에서 국가적 차원의 육성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00년 미국이었다. 이후 한국(2001년 7월), 일본(2001년 9월), 독일(2002년 5월), 중국(2002년 7월)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나노기술개발을 시작했다. 반면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늦게 (2007년) 진입했다. 그러나 늦게 들어온 만큼 더욱 강한 정책으로 나노기술분야를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선 2008년 12월에 ‘국제나노기술포럼’을 모스크바에서 개최했고 매년 약 12억 달러를 2015년까지 나노기술공사를 통해 투자하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나노기술공사 부대표인 알렉산더 로시코브(Alexander Losyukov)는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실제로 90년대부터 나노를 연구해왔다고 했다. 다만 나노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상업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 뿐절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것이 아니라는 자부심도 보였다. 이에 덧붙여로시코브 부대표는 2015년까지 연간 9,000억 루블(약34조원) 규모의 나노기술에 기반한 재료와 장비를 생산하는 게 목표이며 이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판매 이익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미국 다음으로 2001년 국가차원의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국내 나노기술 개발은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상업화에만 치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내 나노기술은 기초가 약하고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국이나 일본은 나노 원천기술에 대해서는 매우 보호주의적인 성향을 보인다. 반면 러시아 과학기술은 기초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구소련의 체제가 남아있어 상업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와 기술협력의 여지가 큰편이다. 상용화 기술이 발달한 IT, 자동차, 선박, 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와 기초, 원천과학기술이 강한 러시아가 협력한다면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따라 큰 시너지가 예상된다.

Ⅶ. 바이오 플라스틱의 강자, 미국 듀폰

뉴욕 맨하튼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을 운전하여 도착한 곳은 델라웨어주 윌밍턴시에 위치한 듀폰 엑스페리멘털 스테이션(Dupont Experimental Station)이었다.1903년 설립된 이 연구단지는 듀폰 R&D의 산실로 약 2,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신기술 및 제품 개발을 위해 땀을 흘리는 곳이다.

19세기 흑색화약 제조에 중점을 두던 듀폰은 20세기 화학/섬유/에너지 회사로 군림해 왔으나 21세기에는 바이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첨단 과학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그 바이오 기술의 출발점은 바로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바이오 매스를 생화학적 또는 열화학적 방법으로 가공하여 생산하는 플라스틱으로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고 자연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제품이다.

듀폰은 네이쳐웍스社(NatureWorks)와 함께 세계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2006년 테이트 앤 라일社(Tate & Lyle)와 합작으로 총 1억 달러를 투자하여 미국 테네시 주, 루던에 바이오 공장을 설립한 듀폰은 이곳에서 옥수수 당분에서 추출한 바이오 용액(Bio-PDO)을 생산하고 있다. 이 용액은 다시 쌀알 크기 입자형태의 소로나(Sorona)라는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듀폰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공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제품이다. 소로나 개발 총 책임자 조셉 큐리안(JosephKurian) 박사의 책상에는 마치 실크처럼 부드러운 티셔츠들이 널려있었다. 그는 반소매 티셔츠 한 장을 만드는데 옥수수 3개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듀폰은 소로나의 물성을 개선해 하드 플라스틱은 물론 섬유, 카펫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시키는 동시에 기존 석유계 제품의 품질을 뛰어넘는다는 각오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세계 연간 생산량은 약 36만 톤(2007년 기준) 정도로 아직까지 전체 플라스틱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코펜하겐 2012 기후변화협약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환경 규제 강화 움직임과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원유 공급량은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 확대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2013년까지 연평균 37% 성장해 그 규모가 233만 톤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0년에는 345만 톤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바이오 플라스틱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내열성과 가격 경쟁력이 개선되면서 일회용 봉투, 식품 포장재 등에 한정되어 오던 바이오 플라스틱은 의류, 휴대폰, 컴퓨터, DVD 및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에서 산학 협력으로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를 시작한 지도 10년이 되었다. 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 연구 및 생산에 주력해 왔으며 바이오 매스를 이용한 바이오 플라스틱 연구 개발은 최근에서야 시작되어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국내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약 5천 톤(2007년 기준) 규모로 주로 생분해성 고분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세계시장과 발맞추어 국내 역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LG화학이 카이스트와 손잡고 박테리아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대장균 제조 기술을 개발하였고 내구성 및 내열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국내기업들의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회용 봉투 및 포장재를 넘어 휴대폰 배터리 케이스에도 바이오 플라스틱이 적용되는 등 친환경제품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정부도 바이오 화학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07년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시범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하였고 최근에는 울산시에 2012년까지 바이오 화학 실용센터를 건립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의 성장을 위한 걸림돌은 아직 남아있다. 아직까지 바이오 플라스틱은 국내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며 석유계 플라스틱과는 달리 자연 분해되어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명확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바이오 플라스틱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함께 정부의 폐기물부담금제 등의 추가적인 정책 및 재정지원,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발효기술 등이 맞물린다면 머지않아 국내 시장의 성장은 물론 바이오 플라스틱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지금까지 G20 중 주요 7개국의 미래유망산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재 우리보다 앞서서 뛰고 있는 각 국의 미래산업 현장을 통해 본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강력하고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이다. 정책적 환경조성과 직간접적지원 등이 초기의 산업 형성 및 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미래유망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산학연이 힘을 합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가의 정책적 배려와 함께 산학연의 공동노력이 각 국의 대표 브랜드 산업을 길러내고 있고 강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세 번째로 각 국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역량, 여건에 맞는 산업을 골라서 육성한다는 점이다. 기초기술이나 원가 경쟁력 등 장점에 기반한 산업에서 시작한다. 마지막으로 환경변화나 시장의 변화를 잘 읽고 고객의 수요에 부응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출발선에서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도 미래유망산업의 기반을 다져 시장 지위를 선점하려는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종전보다 승자와 선발주자가 더 많은 것을 차지하는 시대에 남보다 한 발 뒤쳐지는데 따르는 대가는 점점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혜정 책임연구원/이서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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