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박근혜-안철수 대리전 양상

박근혜, 나경원 구애에 朴心 참여 수위 고민

김영호 기자 | 기사입력 2011/10/07 [13:57]

서울시장 보선, 박근혜-안철수 대리전 양상

박근혜, 나경원 구애에 朴心 참여 수위 고민

김영호 기자 | 입력 : 2011/10/07 [13:57]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나경원 후보에 일부 지원을 약속한 것과 안 원장이 "때가 되면 박 후보를 도울 수 있다"는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대선 후보의 속내를 간파할 수는 없지만 일련의 활동들이 이 같은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또 나 후보와 박 후보가 시장에 당선돼야 대선에서의 입지가 한층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무소속의 힘(?)>

범야권 단일후보로 박원순 후보가 7일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희망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소속 출마를 밝혔다. 

박 후보는 앞서 민주당 서울시 지역위원장 모임에서 "통합과 변화 미래 혁신의 과정에서 민주당이 야권의 맏형 노릇을 잘 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바로 입당 원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그 흐름에 함께 하는 것이다"라고 거리감을 좁혔다. 

당초 박 후보는 조직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민주당에 입당이 점쳐졌으나 경선과정에서 시민단체의 조직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으로 분석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지난 6일 국회에서 박 후보를 만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손 대표는 "우리가 박 후보를 해방시켜 주자"며 "박 후보에게 더 이상 민주당 입당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민단체의 조직이 정당을 이겼다는 말까지 나돌았다. 경선에서 보여준 박영선 후보와의 대결에서 시민단체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며 민주당 조직을 이겨내는 등 전문가들의 분석을 비껴갔다. 당시 안철수 효과가 떨어지고 민주당의 당원들이 박영선 후보를 지지하면 민주당 후보가 범야권 후보로 결정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또한 시민단체의 조직은 한계가 있다며 사실상 무섭게 뒤를 쫒던 민주당 박 후보가 유리하다는 평가를 내 놓았다. 하지만 일대의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정보화시대의 소통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나경원 돕겠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매번 중요한 시기에 한나라당 인사들에게 구원 요청을 받아왔던 박 전 대표. 그는 안철수 바람에 몹시 당황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화를 내거나 좀처럼 그 다운 행동에서 벗어난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의 차기 대선 지지도에 범접하는 인물이 지금까지 없었지만 안철수 바람은 거셌고 좀처럼 식지 않은 열기로 부상했다. 정계의 판도변화와 국민들이 신선한 지도자를 원한다는 시대적 요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 전 대표가 전격 나선 것이다. 특히 나경원 후보가 야권의 박원순 후보에 비해 비교적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안철수 바람을 탄 박 후보를 패배를 시켜 놓아야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판도 박원순 후보 유리>

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 벌써 캠프 선대위를 출범시켰고, 박근혜 전 대표가 구체적으로 지원 의사를 밝혔다"면서 "하지만 박 전 대표가 나서더라도 나 후보 승리할 가능성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고 박사는 "나 후보 쪽은 친박 중심으로 선대위 구성을 마쳤다"며 "박원순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을 보면 이번 선거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한나라당은 친이계와 친박계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선대위를 발족시켰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야권통합 후보답게 야3당과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연합군으로 선대위를 구성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6일 프레스센터에서 나경원 서울시장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날 출범식에는 선대위 고문을 맡은 홍준표 대표와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및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원희룡 박진 권영세 이종구 의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선대위에 참여하지 않는 유승민 최고위원과 홍사덕 김태환 의원 등 친박계 영남권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선대위 실무진을 지휘하는 총괄본부장에는 친박계의 이성헌 의원과 친이계의 진영 의원이 임명됐다. 친이계 진수희 진성호 의원이 각각 유세위원장과 홍보본부장, 친박계 김옥이 김선동 의원이 여성위원장과 네트워크본부장을 각각 맡았다. 김성태 윤석용 정태근 김성식 의원 등은 각각 조직총괄ㆍ직능총괄ㆍ기획ㆍ정책 본부장으로 구성됐다.

박원순 후보는 7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 야3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총망라하는 선대위를 구성했다.  

일단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선대위 상임위원장직을 수락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에게도 선대위 상임위원장을 맡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은 선대위 상임본부장을 맡는다. 박 후보와 단일화 경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 박영선 후보와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도 함께 선대위 상임본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의 김기식 '혁신과 통합'공동대표와 현재 박 후보 캠프를 총괄하는 하승창 기획단장 등이 실무라인으로 활동한다.

박 후보는 안철수 원장에게 때가 되면 선거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원장은 서울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후보 지원 여부에 대해 "드릴 말씀이 전혀 없다"고 말했지만 앞서 4일 그는 박 후보의 단일후보 선출에 대해 "참 잘 된 것"이라면서도 지원에 대해서는 "그때 가서 생각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날 안 원장은 박 후보의 단일후보에 대해 "지난번에 말했던 내용 그대로이다"라며 박 후보 지지 가능성을 열어 둔 셈이다.

<모양새는 대권 구도>

고 박사는 "공동위원장 네 명, 공동 본부장 두 명. 이렇게 되지만, 10월 26일까지 얼마 안 남았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좀 모양새를 갖추는 것에 불과하다"며 "범여권이 하나로 단결해서 나경원 후보를 지원한다는 측면을 부각시키는 모양새이고 정치는 의전이 생명이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은 이명박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조금 비켜서 있었지만 이제는 좀 적극 나서야 되지 않느냐"며 "그런 차원에서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언제 어떤 수준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는 것은 당과 상의해서 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박 전 대표의 지원강도가 나 후보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정가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고 박사는 "상징성 있는 어떤 메시지라든지, 또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준다던지, 6일 나경원 후보에게 전화를 해서 격려를 했는데, 이 사실을 나경원 후보가 언론에 알리면서 또 선거운동으로 번졌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직접 유세 지원에 나서는 것이 제일 화끈하고 또 나경원 후보 입장에서도 제일 바라는 바일 텐데, 그렇게 해서 실제로 지지자들의 응집도가 올라가고 나경원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쫓기는 입장인 박원순 후보 측에서는 아마도 안철수 원장에 대해서도 당신도 나와서 좀 지원하라는 식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박 전 대표 직접 나설까?>

박 전 대표 직접지원 나서면 박근혜 vs 안철수 구도 완성된다는 것이다.

고 박사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 유세, 현장 지원유세에 나서는 순간, 안철수 원장도 박원순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다고 봐야 된다"며 "그 순간 서울시장 선거가 나경원 대 박원순 선거에서 박근혜 대 안철수 선거로 확 바뀌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 질 경우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릴 것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것이란 분석이다.
현장 지원 유세까지 두 사람이 나서서 어떤 승부가 난다면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경쟁력을 간접적으로, 직간접적으로 확인해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안 해도 될 싸움을 일찍 했고 그 과정에서 굉장히 불리한 조건에서 패배라도 하면, 그것은 박근혜 대세론이 뿌리에서부터 흔들리는 직접적인 촉발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원 수위에 있어 현장 지원 유세는 가급적 피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 박사는 "간접 지원으로 박근혜 대 안철수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을 피하는 방식으로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일단 관리하지 않을까. 전략적으로 현명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확정된 이후에 조사된 조사의 거의 대부분은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9% 정도, 10% 정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에게는 불리하게 시작하는 부분이다.

고 박사는 "여론조사 중 나경원 후보를 박근혜 전 대표가 현장 지원을 하고, 안철수 원장이 박원순 후 보를 현장 지원했을 때 누구를 찍겠냐고 하니까 차이가 더 나더라"며 "박 전 대표 입장에선 대선을 꼭 치러야 하지만 안철수 원장 같은 경우 그 같은 부담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박원순 후보가 유리하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나경원 후보가 승리해야 대선에서 유리하게 입지를 굳힐 수 있지만 결국 패배할 경우 박근혜 대세론이 뿌리 채 흔들릴 수 있어 박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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