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 내곁에 "귀신이 되어 귀신을 만나다"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

김윤석 기자 | 기사입력 2011/07/18 [10:40]

내사랑 내곁에 "귀신이 되어 귀신을 만나다"

하늘의 그물은 성기지만 놓치는 법이 없다.

김윤석 기자 | 입력 : 2011/07/18 [10:40]
이래서 필자가 <내사랑 내곁에>를 좋아한다. "아니 어떻게 아빠하고 아들하고 요렇게 쏙 빼닮았어?"
당연한 것이다. 고진국(최재성 분)의 조카 고석빈(온주완 분)이 봉영웅의 친아버지가 되니 결국 고진국과 봉영웅은 종조손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드라마를 이제까지 보았던 사람이라면 어째서 봉영웅이 봉씨의 성을 가지고 봉선아의 아들이 되어 있는가를 알 것이다. 배정자(이휘향 분)의 아들 고석빈에 대한 집착과 이기로 인해 봉선아는 살던 곳에서마저 쫓겨나다시피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배정자가 고석빈과 조윤정(전혜빈 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고진국의 양자로 들이려 무리수까지 두어가고 있는 사이 그것이 매개가 되어 봉선아(김미숙 분)와 고진국은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되었다. 아니 심지어 고진국에 의해 친구의 아들로써 봉영웅은 강정혜와 마주하고 있었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일이건만.

그야말로 인과응보일까?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보이면서도 놓치는 것이 없다더니, 배정자와 이휘향이 지은 죄의 결과가 이렇게 그들을 향해 돌아가려 한다. 모두가 지나친 작위를 감수해가며 캐릭터를 한 곳에 모아둔 탓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벌려진 일은 많아도 해결하는 키는 하나다.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의외로 그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아무튼 참 고전적이라 할 것이다. 데이트 도중 빗길에 거세게 튀어 오르는 흙탕물을 남자가 몸으로 막아 감싸주고. 아마 요즘 어지간한 드라마에서 동전의 앞뒷면이 같도록 붙여서 억지로 내기를 하는 장면 같은 건 쓰지 않지 않을까? 봉영웅과 더불어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안에서도 과자를 먹여달라느니, 음료수를 먹여달라느니, 그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모습 역시. 억지 내기에 사기로 사귈 것을 강요하고 물놀이를 갈 생각에 벗은 몸매를 걱정하고. 물장난하는 것도 얼마나 유치한가. 데이트를 어디에서 하는가 주위에 묻고 다니는 촌스러움 역시.
 
하지만 어쩐지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모습이 어울린다. 참으로 뻔하고 유치하기까지 한 모습이지만 그런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설레임이 있고 떨림이 있다. 수줍음이 있고 조심스러움이 있다. 뭐랄까 그 손발이 오그라들 듯한 야릇한 긴장이 두 사람 사이에는 있다. 개성강한 최근의 드라마 캐릭터 가운데 어쩌면 평범한 두 사람의 캐릭터는 가장 튀어 보일 지 모른다. 도미솔(이소연 분)과 이소룡(이재윤 분)의 이야기다. 점차 사랑에 눈떠가는 도미솔과 이소룡의 모습이 어쩌면 그렇게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도미솔의 강인함이나 이소룡의 해맑음이 너무나 좋아 보인다.
 
물론 갈등은 남아 있다. 어느새 이소룡의 존재를 인정하고 나니 이제 도미솔에게 봉영웅의 존재가 걸린다. 봉영웅을 안고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 이소룡을 바라보는 도미솔의 표정은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소룡이 봉영웅이 아버지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과 봉영웅으로 인해 이소룡이 떠날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것이 두려워 이소룡을 속이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 그러나 이소룡은 바보같을 정도로 솔직하고 올곧은 녀석이니까.
 
하필 물놀이를 떠난 워터파크에서 고석빈과 조윤정, 이소룡과 도미솔, 더구나 봉영웅까지 한 자리에 모여 만난다는 것도 공교로울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도미솔이 고석빈과 조윤정이 서로 부부인 것을 아는 것은 조금 이른 모양이다. 조윤정과 도미솔은 과연 원수가 될까? 그럼에도 친구로 남을까? 임신을 강요하며 자신이 낳은 아이를 양자로 주고자 일을 꾸미는 시어머니 배정자에 대한 조윤정의 혐오와 증오가 조금은 역할을 하게 될까? 다른 배우들만큼이나 전혜빈의 연기도 참 섬세하다. 배정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표정이 너무나 디테일하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귀신을 쓰려면 이렇게 쓰는 것이다. 귀신이란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순물이다. 사람이 죽으면 순수한 영혼은 하늘로 올라간다. 그리고 남은 불순물이 귀신이 된다. 귀신은 엄밀한 의미에서 영혼이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때로 살아 있으면서도 귀신이 된다. 강정혜가 본 딸 선아(이혜숙 분)의 모습이 그녀의 내면에 자리한 딸과 죽었다고 믿고 있는 외손자에 대한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작용하고 잇다면, 배정자가 만난 선아는 그녀의 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그녀 자신일 것이다. 강정혜는 딸이 낳은 아들을 버리는 순간 이미 귀신이 되어 있었고, 배정자는 욕심을 위해 강정혜와 선아를 배신하는 순간 귀신이 되어 버렸다. 귀신은 사람이 아닐 것이다.
 
배정자 역시 어머니일 것이다. 그녀가 그토록 독해진 것도 아들 고석빈에 대한 애정이라 믿고 있는 집착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있어 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그녀도 잘 안다. 그러나 이미 귀신이 되어 버린 그녀는 며느리 조윤정에게서 어머니로서의 당연한 본능을 거세하려 한다. 아이를 낳아 직접 자신의 아이로 기르고 싶다는 당연한 욕구에 대해 자신의 탐욕으로써 그것을 억누르려 한다. 그런 배정자의 모습에 순순히 따르는 고석빈의 모습은 이미 체념일까? 너무 미묘해서 역시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고석빈의 표정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으로 빛나는 보석과 같다.
 
그토록 위하던 아들과 며느리마저 어느새 아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단으로 전락시켜 버리고, 고진국과 가깝게 지낸다는 이유만으로 친구인 봉선아 앞에서도 이성을 차리지 못한다. 그나마 그런 예민함이 봉선아에 대한 고진국의 감정을 세심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시청자들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서 무당들은 귀신을 섬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말 그대로 귀신이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본능을 쫓는 귀신이며 괴물이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봉선아의 집을 찾아 이미 자신의 손자임을 알고 있는 봉영웅에게 삼계탕이라도 끓여 먹이라 말하는 그것이 그녀의 본성인 것이다. 더 이상 고진국과 가깝게 지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봉선아의 집을 찾았으면서도 어느새 봉영웅을 보는 순간에 흔한 할머니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진정한 매력이다. 정말 나쁘다 싶다가도 어쩐지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 나온다. 도대체 배정자란 얼마나 수많은 다른 얼굴을 갖는 것일까? 시청자들에 보이는 배정자의 얼굴 뒤에는 얼마나 많은 얼굴들이 숨어 있는 것일까? 살짝살짝 드러나는 모습들에 더욱 캐고 싶고 더욱 알고 싶다.
 
간단한 인물들이 하나도 없다. 물론 조역들은 상당히 단순하다. 그것이 드라마의 한 재미를 이룬다. 단순한 만큼 역할도 제한된다. 그러나 그것이 복잡하게 이리저리 얽히면서 여러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또한 드라마를 위한 장치의 역할을 한다. 하나도 허투루 버리는 것이 없다. 그러면서도 주연급 인물들에 대해서는 실제의 인물처럼 다양한 입체적인 면을 부여한다. 그것을 묘사해내는 작가도 그렇고, 그것을 연출해 보이는 PD도 그렇고, 연기로 소화해내는 배우들도 그렇고. 평이하지만 그러나 마치 오래 우린 사골국마냥 깊은 맛을 내는 드라마일 것이다.
 
통속적이다. 그러나 그 통속적인 것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그것도 작품이 된다. 그 증거가 아닐까? 통속적인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완성도를 가지고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매회 리뷰하고 싶지만 때에 따라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으므로. 하지만 어차피 드라마란 직접 보아 맛일 테니까. 보아서 더 즐거울 드라마일 것이다. 리뷰를 읽는 것은 단지 리뷰에 불과할 뿐이다. 좋은 드라마다. 그 이상의 말은 생각나지 않는다. 보는 순간이 즐겁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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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알라 2012/01/07 [23:27] 수정 | 삭제
  • 장차 http://www.youtube.com/watch?v=zXKV78VERio
  • 블루매니아 2011/07/18 [20:18] 수정 | 삭제
  • ......... 서울교대생들 학습이라고 생각하고 작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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