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세평(世評)】 여론조사 아닌 여론조작은 민의를 왜곡하는 '독 버섯' 이다.'조사 결과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후진적 정치문화 사라져야'
여심위가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며 밝힌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는 지난 7월 4일에 공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당 지지도' 조사(전국 성인 1000명 대상)다.
여심위 조사를 통해 해당 조사는 RDD(무선응답 방식)가 아니라 면접원이 기존 통신사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도 밝혀졌고, 결번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면접원이 응답 내용도 왜곡한 것이 통화 녹음을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조사 도중 이 업체의 일부 면접원은 응답자들이 대선 지지 후보에 대한 응답을 망설이자 "윤석열이 될 것 같죠?" "이재명?" 등 유도성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하자 면접원이 "더불어(민주당)요?"라고 물은 사례도 여심위 조사에서 적발됐다.
또 연령대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자신이 30대라고 밝힌 응답자의 연령대를 20대나 40대로 입력하는 식이었다.
당시 한 언론을 통해 보도된 여론조사 '대선 후보 지지도' 항목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26.5%로 1위를 기록했고, 무소속(현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0%,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4%로 2위와 3위였다. '대선 가상 양자 대결'에서는 이 지사가 44.7%, 윤 전 총장이 36.7%로 이 지사가 오차 범위 밖에서 윤 전 총장에게 우세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여심위는 글로벌리서치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한 답을 유도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별도로 수사 의뢰는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론조사결과에 대한 의문점은 비단 어제 오늘의 문제만이 아니라 과거에도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의문점들이 꾸준히 제기돼왔고, 위반시 공표 금지나 이에 상응하는 조치도 있었다.
일례로 한겨레·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지난 2016년 12월28~29일 실시된 여론조사들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심위)가 2건에 대해 인용 보도·공표 금지 조처를 내렸다.
당시 여심위가 지적한 사항은 다음의 세가지다. 1)여론조사기관 전화번호 누락 2)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 선택지 중 '모름' '무응답'은 있지만 '없음'이 누락돼 있다는 것 3)지지하는 정당과 후보를 로테이션(조사원이 답변 항목을 돌아가며 불러주는 것)으로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로 몇년이 지난 지금도 대선을 앞둔 정치 여론조사의 왜곡은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선 정치권에선 일부 대선후보 캠프와 여론조사 업체 간 유착 의혹이 제기 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의뢰자의 의도에 맞게 설문을 구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여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조사 기관에 따라 너무나 들쭉날쭉인 점도 지켜보는 국민도 혼란스럽다. 그러다보니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홍준표 의원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이 다른 각종 여론조사들에 비해 비교적 낮게 나오는 것을 두고 신뢰성에 재차 의문을 제기했다.
참고로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 홍 의원 지지율은 6%로 이재명 경기도지사(24%), 윤석열 전 검찰총장(19%),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8%)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4일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을 향해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자신을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서울시장 선거 때도 '민주당이 사전투표에서 승리했다'고 발언한 여론조사 업체 대표에 대해 선관위가 수사 대상으로 검찰에 통보한 바 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여권 지지층의 참여를 막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할지를 놓고 국민의힘 후보들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극심한 내분 양상을 보였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 측은 여권 극렬 지지층이 조직적으로 선거 결과에 개입할 수 있다며 역선택 방지를 주장한 반면, 홍준표 유승민 후보 등은 선례가 없고 당 외연 확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 경선 선관위는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고육책 차원에서 찬반 양쪽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절충안으로 '일반 여론조사 100%'로 진행할 계획이던 1차 컷오프 투표에 '당원투표 20%'를 반영하고, 최종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에서는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의 보완책을 마련했다.
최근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부실한 여론조사를 이대로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해당 여론조사 업체 대표가 노골적으로 특정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면 그 조사업체의 조사 결과 또한 믿기가 어렵다. 왜곡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시장에서 퇴출하는 등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여론조사 방식의 혼선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정치문화를 단시간 내에 바꿀 수는 없지만 여론조사를 어쩔 수 없이 당내 경선의 수단으로 활용할 경우 여러 보완책이 필요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정치권과 후보들, 심지어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경쟁하듯이 앞 다퉈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 하는 언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여론조사 왜곡·조작 사태는 여론조사를 당내 경선에 활용하는 후진적인 정치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근본적으로 근절되기는 어렵다.
덧붙이는 글: 위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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