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세평(世評)】 국민통합 아닌 정치공학적 사면은 당사자도 국민도 원치 않는다.

- '사면'(赦免), 민생 이슈만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변질 돼선 안돼. -

김시몬 기자 | 기사입력 2021/01/04 [15:30]

【새롬세평(世評)】 국민통합 아닌 정치공학적 사면은 당사자도 국민도 원치 않는다.

- '사면'(赦免), 민생 이슈만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변질 돼선 안돼. -

김시몬 기자 | 입력 : 2021/01/04 [15:30]

 사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

 

 

새해 벽두에 던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카드’가 블랙홀 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온 나라를 벌집 쑤셔놓은 듯 어수선 하기만 하다.

 

국민의 바램은 암울했던 지난 2020년을 잘 극복해 2021년 새해에는 눈과 귀가 편한 소식으로 가득하길 기원했지만 연 초부터 벌어지고 있는 행태를 보면 혹시나 했던 올해가 역시나처럼 불길한 예감이 든다.

 

사회 갈등 완화와 국민 통합을 위한 이명박, 박근혜 두 전 대통령의 사면 추진 발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사면(赦免)은 국민에게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정무적 판단으로만 진행 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문재인 정권이 진정으로 화해와 용서를 위해 사면이 필요했다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천천히 추진해도 늦지 않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갑작스런 사면 주장이 나온 배경은 촛불로 쟁취한 권력이 마치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것처럼 착각한데서 나온 오만함의 발로다.

 

촛불의 전개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의 사람들은 광장에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탄핵이 현실이 되자 촛불의 계승자라는 칭호를 스스로 부여하며 권력의 단맛만 삼킨 기회주의자에 불과 하다.

 

사실 촛불의 정통성은 문 정권이 아니라 강추위에도 꽁꽁 얼은 손에 움켜진 촛불을 흔들며 정의와 공정을 목이 쉬도록 외쳤던 국민이야 말로 바로 적폐청산과 역사적 화해의 주체이며 주인이다.

 

국민도 이들의 행태를 모르지 않았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대통령 선거에서 그들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권을 쟁취한 후 국민적 기대와 염원, 높은 지지율 84%(2017년 6월 한국갤럽 조사)로 출발한 문재인 대통형은 임기 4년 4분기차에 접어든 새해에는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61.7%로 사상 최저치(2021년 1월 초 리얼미터 여론조사)로 같은 시기 이명박 전 대통령과는 비슷하고, 박근혜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보다는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들과 유사하게 문 대통령의 지지율도 후반부로 갈수록 하락 곡선을 그리는 양상이다.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경우 올해 문 정부의 국정 추진동력이 약화돼 국정 동력이 떨어진다. 특히 최근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건의 논의를 두고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공개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등 당 내 분열 움직임이 초래되면서 결국은 레임덕으로 발전해 나갈 수 밖에 없다.

 

文 정권은 지난해 내내 K방역으로 잔치를 벌였으나, 정작 민생과 국익에 관련된 대북·외교정책과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고, 조국, 윤미향, 추미애 사태등으로 국론은 분열되는 등 대한민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그들에게 개혁은 언제든 필요에 따라 연기할 수도, 중단할 수도 있는 도구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입만 열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정책을 국민으로 포장해 진영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자칫 관심이 줄면 국운을 좌우한다던 정책과 국정 기조는 슬그머니 폐기하거나 바꿔치기 해왔다.

 

이번만해도 이 대표발 사면론에 대해 민주당내 친문세력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나자 민주당은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며 신속히 한 발을 뺐고, 이 대표도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선거에 이용해선 안 된다'며 야권 분열을 노리는 정치공학 아니냐며 의심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동의와 합의도 없는 정치권발'사면의 정치학'이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예측 불허다. 기원전 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면제도는 정적을 포용하고 사회안정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기여해왔다.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임금 주변에서 아첨하는 무리를 일컬어 '사람이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사당에 숨어 사는 쥐'라는 표현을 써서 '사서'(社鼠)라 했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자는 사나운 개, 즉 맹구(猛狗)라 불렀다. 역사적으로 사서와 맹구에 파묻혀 세월을 보내다 몰락한 지도자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들이 선택해서 혹은 조작해서 제공하는 정보에 자만하거나 놀아나다 보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서가 힘을 얻으면 맹구가 된다. 이들은 리더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백성에 군림하려 든다. 국정은 엉망이 되고 민심은 떠나간다. 어리석은 리더는 극한 상황에 이를 때까지 이를 깨닫지 못하고 그릇된 확증편향을 고집하다 결국은 몰락한다.

 

이 말은 문 정권과 여당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을 비롯한 야권 전체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식으로 제기된 이낙연 표 사면 카드는 이미 효력을 잃었다. 사면이 아무리 대통령의 고유권한일지라도 그 행사는 지극히 신중해야만 한다. 과거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이 형평성 논란과 함께 사법 정의의 후퇴를 가져왔다. 지금처럼 정치공학적 의미만 부각된 사면은 국민통합의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한 사면은 결코 바람직 하지 않다.

 

특히 사면이 정치인 등 특권층을 상대로 제왕의 은전처럼 베풀어졌을 때 일반 국민의 '유권무죄·무권유죄' 불만과 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 상당수는 지난해 총선 이후 여권의 독주에 피로감을 호소하며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등 민생에 더 힘을 쏟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법치주의와 삼권분립에 부합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적지 않지만, 정치 보복의 고리를 끊을 수단인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뻔한 '선거공학'이 아니라면 사면의 순기능은 아직 유효하다.

 

경위야 어찌됐든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그 자체로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지만 사면 논의가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접근하면 국론 분열은 가중되고 민생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다.

 

민심(民心)은 바로 천심(天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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