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세평(世評)】 좌우와 동서를 넘나든 이 시대의 '마지막 개혁가' 정치인 홍사덕, 마침내 별이 되다.

- 자정능력 잃은 위정자들이여 「지금 잠이 옵니까?」 -

김대은 | 기사입력 2020/06/19 [21:39]

【새롬세평(世評)】 좌우와 동서를 넘나든 이 시대의 '마지막 개혁가' 정치인 홍사덕, 마침내 별이 되다.

- 자정능력 잃은 위정자들이여 「지금 잠이 옵니까?」 -

김대은 | 입력 : 2020/06/19 [21:39]

 

생전에 연설하는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모습과 그의 저서 「지금 잠이 옵니까?」©

 

 

사람들은 삶을 리셋하기 위해 가끔 위인전이나 인물전을 읽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읽는 것 보다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 가 위인속으로 빙의(憑依)돼 생각과 말과 행동을 해본다.

 

혹시 누군가의 초상화를 그려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이야기다. 초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닮게 그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실물과 닮은 데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때론 실물보다 젊게, 실물보다 아름답게, 그리고 실물보다 더 늘씬하게 보이길 원한다. 이는 무기력한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다.

 

위인전과 인물전은 일견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사전적으로는 서술하는 바가 다르다.

 

위인전은 '사전적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사람의 업적과 삶을 적은 글. 또는 그런 책'이고, 인물전은 '사람의 생애를 기록한 전기(傳記)다.'

 

우선, 위인전을 읽으면 슈바이처나 이순신처럼 훌륭하다는 사람만 알게 되지만 인물전으로 읽으면 히틀러나 이완용처럼 악랄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알게 된다.

 

또한, 위인전을 읽으면 그 위인을 위인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찬미적 수식으로 그 인물의 꾸며진 허상을 볼 수 있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그 사람이 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 객관적 설명으로 그 인물의 진정한 실체를 알게 됩니다.

 

위인전을 읽으면 가슴속이 찡하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머릿속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고, 위인전을 읽으며 위인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겠지만, 인물전을 읽으면 인물을 탐구하는 지혜가 생긴다.

 

우리나라 역사를 이끈 위인들은 기록된것을 보면 대부분 사회적으로 왕과 귀족이었거나 사대부였고, 경제적으로는 지주계층이었다. 풍족하고 편한 생활을 했을 것이고 또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학문에 전념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어 몸집이 비대했을 것으로 쉽게 짐작된다.

 

이에 반해 현전하는 초상화 속 조선선비들은 상당수 피골이 상접한 얼굴상을 하고 있다. 청빈한 삶을 추구하고 물질적 풍요를 경계해서 그럴 것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4차산업 혁명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위인들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을까?

 

마침 책을 통해 만난 위인은 아니지만 한 시대를 그려왔던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이 지난 17일 폐렴등의 치료를 해오다 향년 77세를 일기로 숙환으로 작고했다.

 

1943년 경상북도 영주에서 태어난 홍 전 국회 부의장은 전두환 정권시절 김덕룡(前 평통수석부의장・5선 국회의원)의 추천을 받아 11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한 이후 일반 정치인들은 걸어보지 못했던 정치풍운아의 길을 걸어왔다.

 

민한당 국회의원시절 선명 야당에 뛰어들자 당시 탈당주역으로 지목된 김현규가 안기부에 연행돼 피신하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김현규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피신하지 않았던 일화가 요즘 같은 시대에서는 찾아 보기 드문 신의있고 정의로운 참 정치인이었다.

 

그 이후 신민당에 가세해 홍 전 국회부의장은 재선에 성공했고, 신민당 대변인 시절에는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논평으로 유명했다.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홍 전 국회부의장은 박찬종, 이철, 조순형등과 함께 YS와 DJ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무소속에 남았고,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자 사찰대상으로 지목돼 13대 총선에는 낙선했고, 90년 YS가 JP와 함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꼬마 민주당에 합류했었다.

 

그 후 14대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서 강남을에서 당선됐고, 14대 대선에서는 DJ후보 캠프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그 후 DJ가 정계 은퇴후에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자 96년 무소속으로 남아 강남을에서 재선에 당선되는 저력으로 보여줬다.

 

DJ정부 당시 장기표와 함께 보스정치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했었다.

 

그는 양金 보스 정치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확고한 정치철학으로 YS와 DJ에 거리를 둬올 때가 많았지만 양金은 도리어 그를 지근거리에 기용할 만큼 타고난 정치력을 발휘했다.

 

실례로 14대 대선 때 DJ가 대변인으로 가까이 뒀다면, YS는 정무제1장관에 발탁할 정도였다. 그 후 16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당시 부총재와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을 계기로 친박의 좌장이 되기도 했다.

 

2008년 친박연대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아 당시 선거의 여왕으로 불린 박근혜 효과와 시너지를 내며 영남권에서 22석을 당선시킨 기염을 토해내기도 했다.

 

홍 전 국회 부의장은 6선까지 지내면서 누구보다도 소신과 강단이 있는 개혁주의자였고, 미래를 읽는 탁월한 정치력과 친화력을 고루 갖춘 소통과 화합의 달인으로 평가 받은 정치인이었지만 운은 그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탄생의 주역이었지만 소외되다 시피 하다가 朴의 탄핵국면을 거쳐 자연스럽게 정치적 은퇴의 길을 밟은 '정치 풍운아'이기도 했다.

 

정치인으로서 활동했던 시절과 사후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한 마디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명감・진정한 의회주의로서 선・후배 동료 의원들로 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이제는 역사 속으로 기억 될 정치인 홍사덕, 그는 우리 시대의 위인이고 참 민주주의자다.

 

그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은 단지 정치적 활동에서 보여줬던 모습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후대에 귀감을 줬다.

 

홍 전 국회부의장은 생전에 새벽에 일어나 그날의 계획을 치밀하게 세웠고, 남들보다 30분 먼저 출근해서 일찍 하루를 시작해온 '새벽형 인간' 이었다.

 

정치 과정은 순조로운 편이 아니었지만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관적이었으며, 말 보다는 독서를 하는 습관이 몸에 뱄고, 메모와 정리하는 습관을 통해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지 않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등 깊은 성찰로 국가 로드맵을 제시해 왔다.

 

'칭찬하면 고래도 춤을 춘다'고 그는 칭찬과 격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대중 정치인이었다.

 

16세기 유럽 사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하늘이 움직인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눈으로 보면 지구는 평평하고 하늘의 별들이 움직이니까 피상적인 천동설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으나 지동설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던 사람은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였다.

 

독재와 탄압로 서슬퍼렇던 군사정부 시절 이 땅에 민주화를 꽃피우기 위해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처럼 목숨을 걸고 이 땅에 민주화를 이루어 냈던 그는 이제 고인이 됐지만 우리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이 시대의 개혁가이고 좌우와 동서를 넘나든 위인으로 남을 것이다.

 

특히, 가장 빨리 써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5일 만에 원고지 용지 1,100매로 집필한  「지금 잠이 옵니까?」란 책은 자정능력을 잃은 위정자들에게 등대 같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오호통재'라 정말 이렇게 빨리 가실 줄 몰랐다.

 

이제 우리는 그를 놓아드리지만 먼저 가신 수많은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은 그가 떠나는 영구차에 몰려나와 그의 마지막 길을 인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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