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이색식당 ‘마당’

곤드레밥, 전통차, 닥종이 전시가 한자리에

서영진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0/07/12 [00:29]

양평 이색식당 ‘마당’

곤드레밥, 전통차, 닥종이 전시가 한자리에

서영진 칼럼니스트 | 입력 : 2010/07/12 [00:29]
한 장소에서 세가지 기쁨을 얻는건 평범한 일이 아니다.
양평군 용문면 덕촌리의 식당 ‘마당’에 가면 입과 마음과 눈이 동시에 즐거워진다. 그곳에서는 곤드레밥, 전통차, 닥종이 작품을 한 공간에서 음미할 수 있다.

▲ ‘마당’의 박성희 사장은 돌솥곤드레밥을 주메뉴로 7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

‘마당’의 공간은 엄밀하게 따지면 세 곳으로 나뉜다. 식당, 찻집, 전시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식당 문을 두드리면 주인장이 찻집에서 손님을 먼저 반긴다. 곤드레밥으로 명성을 얻은 식당이지만 박성희 사장의 자랑거리는 이곳 찻집 공간이다. 곤드레밥과 찻집, 어찌 보면 어울리면서도 낯선 조합이다. 몸에 좋은 음식과 한방차를 내주니 연관이 있는 듯해도 닥종이 전시 공간과 함께한 고즈넉한 찻집과 밥집의 어울림은 흔한 풍경은 아니다.

교외의 웬만한 카페 규모인 찻집은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무료로 차를 마실 수 있는 전유 쉼터다. 밥상 위에 후식으로 의례적인 차 한 잔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닥종이 작품을 감상하며 전통차 한 잔을 느긋하게 즐기는 여유가 제공된다.
“이곳의 차는 외부 손님은 돈을 내도 못 마십니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죠.”

은은한 향이 풍기는 전통차는 13가지 약재가 들어간 한방차, 메밀차, 솔잎차 등 종류가 11가지나 된다. 그 맛이 궁금해 한 잔 더 마시고 싶다면 기부금으로 1000원을 내면 된다. 카페 한편에는 기독교와 불교, 양평군청용 기부금 함을 마련해놓고 있다.


21가지 제철 반찬을 곁들이다

▲ 상 위에는 제철 나물을 비롯한 21가지 반찬이 올라 입맛을 돋운다.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문을 나서면 식당으로 이어진다. 이 집 돌솥곤드레밥은 7년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 정선에서 처음 곤드레밥을 맛본 사장이 곤드레의 구수함을 더하기 위해 곤드레밥을 돌솥으로 지어낸 게 그 시작이었다.

곤드레는 식당에서 운영하는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 것들이다. 곤드레를 재배한 처음 1년 농사는 망치기도 했다. 해발 600m에서만 자라는 곤드레는 습성을 파악하는 데 그만큼 시간이 필요했다. 해마다 10t 정도 경작하는데 올해에도 5월 햇곤드레 출하를 앞두고 있다. 밥에 들어가는 쌀은 질 좋은 양평쌀만을 쓴다. 곤드레밥 외에도 곤드레로 담근 상큼한 장아찌가 반찬으로 곁들여진다.

상 위에는 제철 나물 등 21가지 반찬이 빼곡히 채워진다. 접시 한가득 소담스럽게 담긴 음식마다 정성과 섬세함이 가득하다. 갓끈동부, 야콘 등 생소한 나물들도 직접 재배해 상에 올린다. 뽕잎도 동네에서 채취한 것만 반찬으로 쓴다. 이 밖에 취나물, 마늘잎무침, 가시오가피 등 몸에 좋고 향이 싱그러운 반찬들이 식탁에 오른다. 장도 옛 항아리를 이용해 식당에서 직접 담근 것들이다.
상 위에 오르는 반찬은 21가지지만 계절에 따라, 날에 따라 바뀐다. 철 따라 변하는 반찬 개수를 헤아리면 120가지나 된단다.


전시 카페에서 음미하는 무료 한방차

▲ 1 ‘마당’찻집에서는 닥종이 인형도 구경할 수 있다. 2 식사 후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전통차.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
“손님들은 올 때마다 식당이 바뀐다고 하대요. 반찬이 바뀌고, 인테리어도 바뀌고. 하지만 식당 문을 열 때의 초심만큼은 바꾸지 않으려고요.”
식당 손님들에게 무료로 차를 내주는 것도 7년 전 그대로고, 잔반을 절대 재활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7년 전 그대로다. 음식을 관리하는 주방 실장도 7년을 함께해오고 있다.

“시작할 때는 손님을 많이 받지 않으려고 밥 짓는 돌솥을 딱 10개만 준비했어요. 요즘에는 주말에 번호표를 받고 기다릴 정도로 손님이 늘었죠. 기다리면서 닥종이 작품도 구경하시고 그래요.”

박 사장은 닥종이로 인형을 빚어내는 작품 활동도 하고 있다. 식당 옆에는 그의 작업실이 마련돼 있고 삶의 애환이 깃든 닥종이 작품들은 카페 옆 공간에 전시 중이다.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것을 좋아해 간판도, 식당 앞 장승도 박 사장이 손수 만든 것들이다. “맛도 중요하지만 식당이 깔끔하고 편안한 쉼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돈 냄새가 안 나서 좋다는 이야기 들을 때가 가장 흐뭇해요.”맛집 사장이자 예술가인 그는 올가을 일본에서 닥종이 작품 전시를 앞두고 있다.


마당
▲ © 서영진 (여행칼럼니스트)     ©
양평군 6번 국도변 용문산 관광지 초입에 위치했다. 양평군 용문면 덕촌리 112-6.
돌솥곤드레밥(1만2000원) 외에도 대나무통밥, 산초두부, 황태구이가 별미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8시30분. 식당 계산서를 가져가면 전통차가 무료로 제공된다.(031-775-0311)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네트워크배너
서울 인천 대구 울산 강원 경남 전남 충북 경기 부산 광주 대전 경북 전북 제주 충남 세종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