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락(樂)】 '82년생 김지영'--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특별하지만 소소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여자라서 가슴 속으로 말을 다 삼켜선 안되잖아요 -

김대은 | 기사입력 2019/10/27 [15:18]

【movie락(樂)】 '82년생 김지영'--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특별하지만 소소한 우리 모두의 이야기

- 여자라서 가슴 속으로 말을 다 삼켜선 안되잖아요 -

김대은 | 입력 : 2019/10/27 [15:18]

 

 

 

 

'82년생 김지영'은 제도적 성차별이 줄어들어가는 이시대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차별들이 여성들의 삶을 어떻게 제약하고 억압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내준다.

 

'지영'이라는 이름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가장 많이 등록된 여아의 이름이며 거기에 가장 흔한 성 중 하나인 김씨가 붙어진 '타이틀 롤'이다.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몰랐던 당신과 나의 삶의 이야기를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단순히 작가적 상상으로만 탄생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딸이요 아내이자 동료며 엄마로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결혼과 육아로 경력단절은 물론 자아(自我)마저 잃어가는 30대 여성의 고달픈 삶이 마치 치즈처럼 녹아 있지만 공감으로 연결된 가족과 동료들의 사랑과 관심이 어느 겨울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빵 처럼 따뜻함이 건네진다.

 

물론 여성으로써 느끼게 되는 차별과 페미 논란이 없지는 않았지만 지영은 우리에게 그대로 빙의 돼 살아가고 있다.

 



1982년 봄에 태어난 김지영,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이전에는 꽤나 잘나가던 유능한 광고 회사의 직원이었다.

 

온종일 자신의 딸(아영)을 돌보면서 해가 진 후 남편(대현)과 마주칠때쯤이면 어디선가 공허함이 밀려와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는 느낌을 갖는다.

 

결혼 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일상에 갇혀, 현실의 벽을 넘어서고자 탈출구를 찾아 보지만 점점  더 그녀를 조여온다.

 

갈수록 지치고 어두워지는 아내(지영)를 바라보는 평범한 샐러리맨인  남편 대현은 남모를 고민이 갖고 있다.  정확한 병명은 모르지만 아내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에 속앓이를 한다.

 

마침 설날을 맞아 내려간 시댁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지영이 상황이 정리돼 친정에 가려는 순간 대현의 여동생 가족이 집에 도착하자 시어머니는 지영에게 상과 과일을 내오라고 하자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빙의가 돼 앞치마를 풀고 질타의 눈빛으로  시어머니에게는 사부인, 시아버지에게는 사돈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불만을 폭발하자 대현은 지영의 팔을 이끌고 도망치듯 급히 빠져나간다.

 

하지만 친정에 도착한 지영은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의 지영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지영의 증세에 불안을 느낀 대현은 급기야 산후우울증을 겪는 지인들을 거론하며 정신건강 클리닉에 가볼 것을 제안한다.

 

이즈음에 전 회사의 절친인 동료 혜수에게 자신의 롤모델인 김팀장이 퇴사하고 새 회사를 오픈 한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재취업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치가 않음을 알게 된다.

 



지영은 태어나면서부터 가부장적 산물인 '남아선호(男兒選好)'사상에 밀려 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차별을 받았고, 청소년 시절에는 성추행 당할 뻔한 일이 있을 때 아버지로부터 '뉘'가 치마가 짧고, 웃음이 헤퍼서 그런일을 당한다며 마치 지영이에게 원인이 있다는식의 성차별적인 모욕을 겪었고, 직장인이 돼서는 또래 동료 남성보다도 능력이 있음에도 단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보직과 승진이 밀리는 좌절을 맛봤다.

 

또, 결혼해서는 육아와 가사는 마치  전매특허처럼 '자신의 일'로 떨어졌고, 커피숍에 딸아이를 데려나갔다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 부터 '맘충' 이라는 폭언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즈음 지영의 병 상태를 알게 된 엄마는 지영을 부어 안고 폭풍 눈물을 쏟아낸다. 여자라서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차별과 불이익을 당하는 고통이 너무 아파서 말이다.

 

주변은 모두 알지만 본인만 모르는 병을 앓던 지영. 하지만 82년생 김지영은 강하다..

 

마침내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된 지영은 다시 회사를 다니려던 목표는 어그러지지만, 여자라서 여자였기에 가슴 속으로 삼키던, 하고 싶은말을 꺼내기 시작하며 공허하던 지영의 눈빛에는 생기가 돌고,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 찾아 간다는 스토리가 나와 가족 그리고 우리 주변을 다시금 되 돌아보게 하는 '숨 고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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